“잇단 북 지도부 발언, ‘한미 억제력 인정’ 방증”
2024.10.08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한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면서도 힘의 균형을 위해 핵 대응태세 완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1일 한국의 ‘국군의 날’ 이후 북한 지도부의 발언이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만큼 한미 억제력의 동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 김정은 국방종합대학을 찾은 자리에서 “한미 군사동맹이 핵 동맹으로 변이된 현 시점에서 핵 대응태세가 더욱 완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또다시 실명 비난하며 “무적의 명장이 출현한다고 해도 핵과 재래식 전략의 격차를 극복할 비책은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총비서는 “과거에는 ‘남녘 해방’, ‘무력 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관심 없으며 ‘두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민족관계 또는 남북관계라는 형식으로 정책을 펼치는 한국을 차단하는 것이 국가이익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발할 의사가 없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의사를 이번에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김정은 총비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잇달아 비난을 제기하는 현상에 주목하며, “북한이 지난 1일 국군의 날 이뤄진 한국의 새로운 무기 공개,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 동원 등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일 김여정 부부장은 한국군의 현무-5 탄도미사일에 대해 ‘쓸데없이 몸집만 비대하다’고 깎아내렸고, 김정은 총비서는 4일 유사시 압도적 군사 대응을 강조한 윤 대통령을 향해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미 소통채널, 남북 소통채널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칫 작은 분쟁이 빠르게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한미 또는 한국의 오판으로 인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민감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나름 북한은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구나, 신경을 쓰고 있구나. 왜냐하면 계속 반복적으로 지금 거기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한국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하고 거기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취하려고 하는 자세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국군의 날 이후 북한의 적극적인 대응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는 한미 혹은 한국이 갖고 있는 전력이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북한 스스로 인정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 국방종합대학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힌 것은 지난 2월 건군절에 “유사시 그들의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결정한다”고 밝히는 등 공세적인 입장을 나타냈던 것과 차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10월 1일에 한국이 보여준 무기체계 현무-5 라든지 또 스텔스기 같은 경우 북한에게는 굉장히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는 것을 스스로 역설적이지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은 김정은이 계속했던 이야기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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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에 김정은 총비서가 억제력을 유지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해석하며 “윤석열 대통령 등 한국 측에서 보낸 ‘도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북한이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 군의 현무-5 공개와 미군의 B-1B 동원,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지도부 사살 등을 지켜본 북한이 일정 부분 긴장을 관리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박원곤 교수도 “북한은 1인 지배체제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제거될 경우 전쟁 수행 의지와 능력이 사라진다”며 일부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은 최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포함해 헤즈볼라 고위 지도부 다수를 사살했습니다. 한국 군의 현무-5, 미군의 B-1B 등은 유사시 김정은 총비서 등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무기로 활용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중구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이 어느 정도 도발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긴장을 과도하게 올리면 이제 자신이 타겟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느끼고 긴장을 관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