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몇 년 동안 북핵 문제에 한·미 측에도 잘못이 있다는 잘못된 논리를 확산시켜 왔다며, 이와 관련한 국제 여론전에서 밀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해 29일 서울에서 기자설명회를 연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몇 년 동안 이른바 ‘북핵 양비론’을 유엔 회원국들에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비론’이란 서로 충돌하는 두 의견이 모두 틀렸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통 하나의 문제에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무력시위는 한국·미국 등 국제사회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데 대한 반발이라는 주장을 중국과 러시아가 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핵 양비론의 세 가지 주요 논리는 첫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한미 연합훈련 때문이며 둘째, 북한이 2018~2020년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했음에도 미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았고 셋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대북 제재 및 대화 등과 균형을 맞춰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는 설명입니다.
황 대사는 이 같은 논리가 “사실관계와 맞지 않다”며 “지난 20~30년 동안 북핵 역사를 보면 한미가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때도 북한이 미사일을 많이 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이 비핵화 조치라며 내세운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도 실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당연히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미국도 조건 없이 모든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오히려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황 대사는 이처럼 양비론이 퍼져 있는 상황에 한국이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기 시작했다며, 국제 여론전에서 밀리는 것은 곧 외교에서 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1년 사이 ICBM을 열 차례 발사했는데도 유엔 안보리가 이에 침묵하는 초유의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도 새로운 제재 결의나 의장성명 채택 등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번번이 가로막은 바 있습니다.
황 대사는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선 최근 안보리 회의 방식 중 비공식 협의 형태인 ‘아리아 포뮬러’(Arria-Formula)가 개최된 사실 등을 언급하며 “한동안 동력을 상실했던 유엔 내 북한 인권문제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고 평가했습니다.
2014~2017년 매년 개최됐다가 중단된 북한 인권 문제 관련 안보리 공식 회의를 부활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근 유엔 내 분위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사안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세 대결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중국에 불리하지 않으면서 미국에도 꼭 유리하지만은 않은 무대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유엔 내 한국의 위상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자평하기도 했습니다.
황 대사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 가운데 한국은 강대국에 속한다면서, 대표부가 느끼는 부담과 책임감이 상당하다는 말로 한국의 위상 변화를 전했습니다.
특히 한국이 오는 2024~2025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지난 3~4년 간 비상임이사국 역할이 이전보다 몇 배 커졌다”며 “사이버 안보 등 한국과 직결된 주요 사안들을 신규 의제로 삼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