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중 경쟁 속 북핵 손익 저울질 중”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1.04.05
“중국, 미중 경쟁 속 북핵 손익 저울질 중” 지난달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진행된 미중 간 고위급 회담 모습.
/AP

앵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공조 가능성도 더 불투명해졌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중 경쟁 속에서 북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려 나서기보단 관망하며 손익을 따지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지난달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진행된 미중 간 고위급 회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처음 열린 당시 회담에서 양국은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하는 등 불신이 여전히 팽배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습니다.

미국 내 중국 및 한반도 전문가들은 중국이 성장하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외교 공세에 공격적으로 맞대응하는 이른바 ‘전랑외교(wolf warrior diplomacy)’를 펼치고 있다며 경제, 인권 등 여러 부분에서 미중 간 대치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미중 간 마찰이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스팀슨센터의 윤 선 중국 담당 국장은 최근(4월1일)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관한 북중 및 미중 관계에 관한 화상 토론회에 나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여전히 작다고 말했습니다.

윤 선: 미국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온전한 대북제재 이행이 절실하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향후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가 직접적이거나 순조로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는 시급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를 두고 손익을 저울질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 선: 베이징은 (미국과의 대립 상황에서) 북핵 공조가 자신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입장입니다. 중국은 향후 북핵 관련 공조가 미북 관계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인지, 또는 그들에게 대만, 신장, 또는 홍콩 문제에 대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지 등을 계산할 것입니다.

그는 북한 문제는 최근 미중 간 논쟁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국은 미국과 경쟁에서 시간이 자신들 편에 있다고 믿고 있고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더 유연하게 대응할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 선: 비록 현재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 가능한 사안을 모색할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는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계산의 변화보다는 워싱턴과의 양자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한 전술적 보전과 미래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력 균형에 관한 데서 부여되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의 시선을 염두에 둔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피력할 수 있지만 북중 간 물밑 교류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미중 간 대치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대미 압박을 위한 전략적 지랫대로 삼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윤 선 국장은 중국의 도움 없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할 방법은 없다고 보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지난 세월 간 많은 방법들이 논의되고 시도됐지만 실질적인 결과를 맺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퍼디난드 스토스 미 전략사령부 기획정책국장도 최근(3월31일) 민간연구기관인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 북중 간 연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퍼디난드 스토스: 김정은이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 외에 한국이나 다른 이웃국가와 친하지 않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봅니다. 중국은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고, 그 뒤에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스토스 국장은 중국이 북한에 경제와 더불어 군사 부문에서도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미국에 큰 고민거리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핵전문가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북한을 진정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중국보다는 한국과 미국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을 국제사회가 바라는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동북아 패권을 위한 하나의 카드로 쓰려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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