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술핵 재배치 방안에 반대 혹은 보류 입장이었던 일부 전문가들도 찬성으로 돌아섰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10일 최근 감행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전훈련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전방지역의 전술핵 배치 계획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지만 실제 훈련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핵 위협은 선을 넘었고 외교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할 수 없다”며 “한반도 핵균형을 이루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술핵을 재배치해도 사용권이 미국에게 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일부 지적과 관련해 김 교수는 “부분적으로 그런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나토식 핵공유 협정을 맺고 한미 양국이 함께 핵 운용을 하도록 하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일ㆍ이탈리아 등은 1960년대부터 미국 전술핵을 자국에 배치하고 핵 기획그룹을 통해 운용을 상호 협의하는 핵 공유 체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한반도 핵 균형을 이루는 여러 가지 방안들 중에 핵심적인 방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 제안은) 핵공유 협정인데 나토식입니다. 일단 한미 양국이 함께 합의해서 핵 운용을 결정하는 것으로 형식을 갖추게 된다면 방금 제기한 그런 문제점으로부터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겁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당초 전술핵 재배치 방안에 대해 반대였지만 최근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멈추지 않아야 하지만 북한이 핵 사용 문턱을 최대한 낮춘 상황에서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우선적인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고 “모든 선택지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재검토해야할 정도로 북한의 위협이 고도화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이 보다 전향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하나”라며 “여러 가지 전술핵 운용 전략 중 전술핵을 한반도 내에 배치하고 주한미군 혹은 한국군이 이를 투하하는 전략이 가장 신속한 대응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제가 입장이 좀 바뀌었어요. 북한의 전술핵에 대해서 신속하게 대응이 가능한 전력은 결국 전술핵이 한반도에 와 있고 주한미군이나 또 한국군의 전투기를 활용한 투하가 가장 신속한 대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유성옥 진단과대안연구원장은 지난해까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1년 전과 지금은 한반도 핵 지형이 바뀌었다”며 “이제 확장억제전략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전술핵이 재배치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 원장은 “(둘 중 한쪽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 보복 핵공격이 진행돼 쌍방 모두가 파괴될 것이라는) 상호확증파괴(MAD)에 대한 인식을 북한에 줘야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고 나아가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이를 놓고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 원장은 “한미 간 공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전술핵 재배치의 논의 자체가 시작될 수 없지만 지금은 한국과 미국 간 신뢰가 과거보다 훨씬 돈독해졌다”며 “이제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유성옥 진단과대안연구원장 :한미 간 신뢰가 과거보다 훨씬 더 돈독해졌고 또 전술핵무기를 배치할 필요성을 느낄 만큼 북한의 핵은 이미 임계점을 지났습니다.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그 핵무기를 갖고 북한과 협상해야 합니다.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본부장, 주러시아 대사 등을 지냈으며 지난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이었던 위성락 전 대사는 “향후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 근처에 배치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만 위 전 대사는 “한미가 확장억제를 보다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안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나토식 핵공유와 유사한 방안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 :핵 공유라고도 하고 하는데 그러한 유사한 방안들을 한미 간에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나토와 같은 사례도 하나의 선례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한편 현재 윤석열 한국 정부에는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인사들이 일부 포진해있습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이었던 2017년 9월 칼럼을 통해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 가장 빠른 시간 내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을 재임하던 2021년 2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의 억제 정책 방향’ 논문에서 “북한의 위협이 증가되며 전투 방어 태세가 3단계로 상승할 때 전술핵을 한반도에 전개해 한국 폭격기에도 탑재하는 한국형 핵 공유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