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이른바 '3축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우며 정보전 등 다양한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이 4일 서울에서 ‘북핵 대응,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날로 고도화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마련 중인 ‘3축 체계’가 대응 수단으로서 충분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한국형 3축 체계’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을 탐지해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시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이미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미사일 타격을 받은 이후 보복에 나서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전략군을 중심으로 한 국방개혁을 한국이 3축 체계로 쫓아가면서 군비경쟁과 소모전에 빠지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2019년 이후 개발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 순항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이 한국의 3축 체계를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발사 탐지가 어려운 순항미사일 개발이나 회피기동이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등을 예로 제시했습니다.
북한 핵전력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2017년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부터 핵운용 체계를 구축해왔다며, 오는 2023년 전술핵운용체계가 완성되면 또다시 ‘국가 핵무력 건설 대업 완성’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군비경쟁과 소모전에 빠지면서 새로운 무기를 과시하는데 국방비를 소진하고 있다는 점을 노려, 북한의 대응력을 분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군사력 운영과 무기 개발, 속도전과 정보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이 전략핵, 전술핵 투발 수단의 종류와 수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만드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만큼, 이를 노린 정보전과 심리전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결국 북한이 한국의 3축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다보니 스스로 방어력을 높이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더욱 취약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는 같은 자리에서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를 ‘섞어 쏘기’하는 경우 취약점을 노출하는 3축 체계가 아닌 사이버전자전 등 이른바 ‘소프트 킬’(Soft-kill)을 강화한 ‘4축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소프트 킬’은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하드 킬’(Hard-kill) 대신 해킹을 통한 사이버전과 전자전 등 파괴하지 않고 무력화하는 공격 수단을 의미합니다.
북한 핵전력 고도화를 의식해 독자 핵무장을 하는 경우 국제사회의 경제적·외교적 제재를 피할 수 없는 만큼, 핵무장은 하지 않되 결정만 한다면 단기간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이른바 ‘핵무장 잠재력 확보’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잘 아시다시피, 즉각적인 혹은 단계적인 핵무장을 하려면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대표적으로는 경제적인 부분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저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잠재적인 확보를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핵연료 농축·재처리 기술 제한을 해제하는 데 한미 간 합의가 필수적인 만큼, 관련 협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반도 내 전술핵 재배치나 한미 간 핵공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홍규덕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 등을 통해 선제 핵공격 의지를 보인 이상 한국도 대응 수준을 과거에 묶어둘 수는 없다며,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이른바 ‘나토식 핵공유체제’ 도입으로 시작해 핵공유 수준을 높여가며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5단계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