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68년 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단 한발의 원자폭탄으로 14만명이 사망했습니다. 이후 더욱 강력해진 핵무기가 인류 최대의 위협이라는 인식아래 전 세계는 이를 통제하고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막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북한은 이런 노력에 역행하는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핵폭탄의 위력과 위험성, 그리고 유독 북한의 핵무기가 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는지 이장균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 이장균 기자, 핵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평화적으로 쓰이면 전력을 생산해주는 고마운 존재지만 무기로 사용되면 인류의 평화, 나아가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지 않습니까?
이장균 : 칼이 누구 손에 들려있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비교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칼이 요리사의 손에 들려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는 데 쓰이는 유용한 것이 되지만 강도의 손에 들려 있으면 가장 위험한 살상 무기가 되는 것이죠. 지금 북한이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핵무기 개발은 누가 봐도 강도가 남을 위협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칼처럼 위협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고 그래서 세계 모든 나라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앵커 : 핵무기가 얼마나 큰 위력을 갖고 있는지는 이미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통해 증명이 됐습니다만 그 이후로 68년이 지난 오늘의 핵무기는 그 살상력이나 파괴력 면에서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겠죠?
이장균 : 그렇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핵폭탄의 최소 단위로 1kt을 쓰는데 이것은 이른바 다이나마이트라고 하는 TNT 1000톤에 해당합니다. 보통 예전 전쟁 영화에 보면 많이 나오는 큰 교량, 다리를 폭파하는데 0.3톤에서 0.5톤 정도의 다이나마이트가 사용되는데요, 1000톤, 즉 1kt이라면 상당한 양이죠? 엄청난 초대형 댐은 어렵겠지만 국내에 있는 대부분의 댐을 파괴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8년 전 1945년 8월6일 인류역사상 최초로 TNT 폭탄 1만5천톤 상당의 위력을 가진 우라늄 핵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죠. 도시를 삼켜버린 폭발과 불덩이는 수 만 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습니다. 폭발 후에도 몇 달 안에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이 방사능 노출과 부상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1945년 말까지 이 단 한 개의 폭탄으로 14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사흘 뒤에는 또 나가사키에 플루토늄 핵폭탄이 투하돼 7만명이 사망하고 시 전체를 폐허로 만들었죠. 미국이 불과 3주전 뉴 멕시코 사막에서 인류최초의 핵실험을 할 때 사용했던 폭탄과 동일한 모형이었습니다.
앵커 : 상상해 보기도 끔찍한 얘기입니다만 한 도시에 현재 개발된 핵폭탄이 떨어졌을 경우 그 피해에 대한 엄청난 위력에 대한 분석이 나온 게 있죠?
이장균 : 네 이미 인터넷 상에 오래 전부터 올라와 있는 얘기인데요, 아마 남한 주민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만 피해를 예상한 대상 도시가 서울로 돼 있습니다. 서울이든 평양이든 현존하고 있는 도시에 핵폭탄이 떨어진다고 하는 가상 자체가 너무 끔찍하니까 그냥 인구 천만 명 정도의
A라는 도시라고 예를 들겠습니다.
이른바 시뮬레이션이라는 컴퓨터 상에서 가상으로 모의 실험을 해본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요즘은 고성능 슈퍼 컴퓨터를 사용해 정확한 데이터, 즉 수치를 넣어 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험은 그 정확도가 매우 높습니다.
요즘 개발된 핵폭탄은 일본에 투하될 때의 단위인 kt 수준이 아니라 그 천 배가 되는 1mt (메가톤)이 기본 단위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갖고 있는 전술 핵폭탄의 크기가 대략 1 mt 정도입니다.
이 정도의 핵폭탄이 한 도시에 투하되면 일단 투하된 지역에서 반경 1km 이내는 폭발과 동시에 증발해 버립니다. 폭발 할 때 태양표변 온도보다 약 1천 배 가량의 높은 열과 빛이 1-2초간 이 반경 안으로 방출되기 때문입니다. 온도가 너무 높다 보니 불이 타는 게 아니라 아예 증발해 버리는 것이죠
그리고 10k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3도 화상을 입는데 상당 수가 몇 초 만에 목숨을 잃고 나머지는 1분 뒤 불어오는 후폭풍, 그러니까 폭탄이 투하된 지역에 급격하게 없어진 산소를 채우기 위해 폭풍이 불어닥치는데 그 파괴력은 진도 7.0 규모의 지진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거기에 아스팔트가 끓어 오를 만큼의 열이 발생해 건물도 사람도 남아나지 않게 됩니다.
이런 엄청난 열과 후폭풍으로 천 만명의 A라는 도시 인구 가운데 2백만 명은 즉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반경 10km 이내에 있던 약 2백만 명은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사망하고 방사능 낙진에 의해 노출된 나머지 약 3백만 명은 2주에서 6개월 안에 사망하게 됩니다.
거기다 교통마비 수돗물, 전기 의료 모든 시설이 파괴돼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나머지 얼마 안 되는 생존자들도 목숨을 유지 하기 어렵게 되겠죠
문제는 이 한 도시 뿐만 아니라 주변 도시들까지 방사능 낙진이 날아가 주변 도시 인구의 약 60%가 간접적인 피해로 6개월 안에 사망한다는 게 모의 실험 결과입니다.
앵커 : 핵무기가 처음 일본에서 사용된 이후 다행히 지금까지 실제로 사용된 예는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그 위험성마저 사라진 건 아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