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벽 전 주러대사 “북러 밀착에 한·미·유럽 조율된 대응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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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는 북러조약 체결 등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밀착되는 상황에서 한국, 미국, 유럽 간 조율된 대응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대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북한 파병군의 증원 가능성, 순환교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노벽 전 대사를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군 파병이 러시아에 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파병이 러시아군 전사자가 다수 발생하며 나올 수 있는 러시아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있고, 북한 파병군이 러시아군 월급(약 4,000달러)에 못 미치는 약 2,500달러만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 전 대사는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북한의 추가 파병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고, 북한이 병력을 순환 교대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29일 평양에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영토 완정을 수호하려는 러시아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향후 파병군 증원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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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벽 전 대사가 지난달 21일 삼청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 RFA PHOTO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아무래도 전쟁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진다면 추가 파병요인이 생길 수 있죠. 지금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종전협상 개시 전 쿠르스크를 완전히 탈환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탈환이 빨리 되지 않는다고 볼 경우 순환 배치할 가능성은 있지만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또 종전협상이 개시된다 하더라도 만일 협상이 6개월 이상 지연된다면 그것도 또한 병력 소요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무인기, 즉 드론을 활용한 작전기법들을 습득할 수 있다며, 최근 드론 관련 북한이 나타내는 일련의 행보가 향후 한반도 안보의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달 14일 자폭 공격형 무인기 성능시험을 현지지도하며 본격적인 대량생산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박 전 대사는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 즉 북러조약이 체결됐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러 연합군사훈련 실시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박 전 대사는 또 북러조약 4조, 즉 어느 한 나라가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지체없이 군사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과 관련해 “문구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사는 러시아가 지원해왔던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최근 몰락한 것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박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으로 인해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의 생존을 도울 여력이 없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국제 안보 상황에 따라 러시아의 대외 지원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문구상으로는 상호적일 수는 있는데 그것은 실제 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최근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붕괴됐어요. 국제 상황, 안보 상황이 급변하게 되면 러시아의 어떤 대외적인 지원 가능성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협정상의 문구만으로 자동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교훈으로 보여주는 시사점입니다.

박 전 대사는 향후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교류 전망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요인에 의해 일부 움직임은 있겠지만, 시장경제 측면에서는 활성화될지 다소 불투명하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대사는 북한의 계획경제체제 한계로 인해 향후 북러 간 경제성을 보장하는 활동이 확대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고,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무시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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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KWO 나지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노벽 전 대사의 모습. / 연합뉴스

다음은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와의 일문일답입니다.

[기자]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대해 어떠한 군사적 대가, 성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네,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신데요. 지금 확정적으로는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양측 간 거래가 진행되는 상황들이 포착되거나 또는 서방의 주요 책임있는 인사들이 발언한 것들을 종합해 보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벨기에 현지시간으로) 12월 4일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지원 대가로 핵, 미사일 기술을 유입시키고 있다,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고요. 우리 측 정부 인사로부터도 러시아가 평양의 상공을 방어할 방공미사일체제 또는 우주 발사체 기술이라든가 또는 심지어 전투기까지 제공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군들이, 현지에서 지금 드론 작전들이 많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드론을 이용한 이 작전기법도 이제 습득을 할 수 있어서, 드론을 대량 생산하도록 김정은 위원장이 지시를 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안보 위협 요소가 될 수 있겠죠.

[기자]북한의 파병이 러시아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시는지 여쭙습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북한군들이 러시아 부대에 통합돼 드론 등 여러 가지 훈련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실제 전투에 잠시 참여한 것으로는 보여지고요. 현재로는 2선에서 진지구축이라든가 후방지원 등 활동을 하면서 러시아 군대가 전선에 투입될 수 있는 여력을 준다는 점에서 러시아 군에 도움이 되겠죠. 러시아로서는 지금 치열하게 전투가 이루어지면서 하루에 약 1,000~1500명 다치거나 전사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서 병력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또 국내에서 약 4,000달러 이상을 월 급여로 올려 동원시키고 있는데 북한군은 지금 월급여 2,500달러라는 거죠. 또 전사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나올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게 하는, 그러니까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고 정치,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덜게 해주는 도움을 러시아가 받고 있다고 이해를 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북한이 파병 병력을 증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아무래도 전쟁이 내년 중에도 계속 이어진다면 추가 파병 요인이 생길 수 있죠. 지금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종전 협상이 개시하기 전에 크루스크를 완전히 탈환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탈환을 위해서 러시아가 북한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탈환이 빨리 되지 않는다고 볼 경우 일정한 기간을 주어서 순환배치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도 확정적으로 이야기를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또 종전협상이 개시된다 하더라도 만일 협상이 6개월 이상 지연된다면 그것도 또한 병력 소요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김정은 총비서)은 러시아의 영토 보존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어요. 이런 발언에 비추어 볼 때에도, 전쟁이 만약 늘어진다면 북한이 또다시 증원할 명분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자]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시 북한이 파병을 명분으로 일정한 '지분'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북한이 어떠한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일단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그로 인해서 북한이 얼마나 러시아에 지원을 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래서 전쟁이 빨리 종식될수록 북한의 요구사항은 제한적일 수 있다, 전쟁의 기간이 중요하다는 것이고요. 아무래도 북한은 다양한 리스트를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아까 말씀드린 방공미사일이라든가, 우주 발사체 기술, 재래식 무기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고요. 아울러 군사적인 것뿐만 아니고 경제적인 문제, 외교적인 분야라든가, 체육 등 다양한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계기로 삼고자 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러 간 체결된 조약을 기초로 여러 가지 요청할 것이 예상은 됩니다만 러시아가 모두 들어줄 것 같지는 않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변동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의 등장 그리고 앞으로의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자]향후 북러 경제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 사실 북러 경제교류는 전쟁 전에는 미미했죠. 이제 경제교류는 두 가지 동인에 의해서 활성화되겠죠. 하나는 정치적인 의지, 전략적인 서로의 필요성이 있으면, 비록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경제교류를 통해서 이를 증명하려고 하는 욕구가 있을 수 있고요. 에너지라든가 식량 등 러시아가 제공한 것들이 그런 사례입니다. 두 번째는 이제 경제논리에 의해서, 즉 서로 경제적인 이득이 된다는 측면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장애물이 많아서 어려울 것이다 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찰입니다. 경제적으로 이렇게 확대되기 어려운 이유가 북한의 체제 때문입니다. 계획경제체제로 인해서, 어떤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보장 수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서로 '윈윈'하는, 시장경제적 기반에 둔 경제 활동의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게 대체적인 판단입니다.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러시아가 지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데 러시아 자체의 위상에도 맞지 않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한적인 효과가 나도록 계속 유엔에서 지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북한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을텐데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핵교리 개정안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드론 등 구체적인 무기 대상을 특정하며 핵 사용문턱을 낮춘 러시아의 의도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 핵무기 사용의 기준도 좀 낮추고 대상도 상당히 넓혔는데, 이렇게 한 이유 중 하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미국이나 유럽, NATO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특히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게 하는 것을 저지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또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핵무기의 위협을 통해서 반전을 시키려는 그런 의도도 있는 것이죠. 그렇지만 실제 사용할 것이냐는, 이제 NATO라든가 중국 등 여러 가지 입장이 있기 때문에, 신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핵보유국가가 비핵국가를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은 NPT 체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겁니다. 러시아로서는 이런 점을 유념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자]북러조약이 체결이 됐는데, 향후 러우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발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일각에서는 연합군사훈련,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 파병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너무 과장할 필요도 없고 또 그렇다고 너무 소홀히 한다든가 경시할 필요는 없죠.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는데 우선 정례적인 군사훈련은 아직은 없습니다. 지금 북러 간 조약에 따라서 방위 능력 강화를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는 근거(제8조)가 있어요. 그래서 이런 근거를 통해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있는데, 상호무기체제라든가, 또 서로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이어야 할 텐데 그게 과연 가능할 건지 의문이고요. 지금 러시아 군에 북한 파병군이 일단 위장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통합이 돼 움직인다고 하니까 앞으로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게 어떻게 연결될지 좀 관찰해야 할 부분이겠죠. 그리고, 어느 일방이 침공 당하면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 제4조에 있는 내용 아니겠어요. 그렇지만 물론 문구상으로는 상호적일 수는 있는데 그것은 실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전쟁 종료 시 여러 가지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군사 교류도 감소될 수밖에 없는 효과가 있을 거고요. 그런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다가 하나고요. 두 번째는, 최근에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붕괴됐어요. 시리아 하면 러시아가 소련 시대처럼 글로벌 강국이다, 세계적인 강국으로서의 대외 영향력을 갖는다는 하나의 상징이었습니다. 경제 지원, 외교적 지원 등을 했는데 핵심 우방으로 간주했던 아사드 정권이 붕괴됨으로 인해서 러시아의 강대국 지위 추구 계획에 아주 큰 타격이 가해졌죠. 아사드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여력이 없어서, 비용이 나타난 거라고 이렇게들 평가를 합니다. 이 말은 무엇이냐면, 러시아가 그곳에 해군 기지도 있고, 여러 가지 전략적 가치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아를 결국 못 도와줬는데, 국제 상황, 안보 상황이 급변하게 되면 러시아의 대외적인 지원 가능성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서 지원하는 가능성은 여러 가지 고려 안에서 다루어지는 것이지, 협정상 문구만으로 자동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교훈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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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