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은 지난해 당대회에서 김일성ㆍ김정일 초상화를 뗀 바 있는데 이 배경에 폐쇄주의를 극복하고 국제 소통을 강화하려는 김정은의 노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11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개최한 ‘김정은 시대 북한 사회문화변동’ 공동학술회의.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최근 김일성ㆍ김정일 초상화 철거 움직임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김정은이 국제적인 교류와 소통 측면에서 혁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지난 2021년 10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그해 1월 열린 8차 당대회에 김일성ㆍ김정일 초상화가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2019년에도 당 전원회의 단상 정면에 있었던 김 부자의 초상화를 없앴고 2015년에는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있던 김일성 초상화를 제거했습니다.
김 교수는 “김정은이 김일성ㆍ김정일주의가 국제적으로 조롱거리로 전락한지 오래된 상황에서 더 이상 김일성ㆍ김정일주의를 대외적으로 통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유럽에서 조기유학을 한 김정은은 북한이 극단적인 폐쇄주의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변화 중 하나가 국제경쟁력 강화”라며 “향후 해외여행, 외교관계 등에서 김 부자의 초상화 대신 북한 국기를 착용할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김일성ㆍ김정일주의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보편적인 주체사상으로 다시 환원하려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적인 교류와 소통 이런 측면에서 지금 혁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정상국가를 향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미국으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데에서 김정은의 좌절감이 크다며 향후 강경파로부터 받는 압박이 커지면 과거에 익숙한 체제로 돌아가려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김정은이 대중적으로 선민정책을 실현하는 공간이 시장인데 양극화와 계층 간 갈등의 심화 현상이 북한 사회에서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특히 중산층에서 성장한 시장 상인과 신흥자본가인 돈주의 존재가 기존 북한의 상류층에게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자리에 참석한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북한이 최근 애국주의를 내세운 것에 주목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4월 김일성ㆍ김정일주의 청년동맹 10차 대회에서 ‘김일성ㆍ김정일주의'라는 표현을 제거하고 청년동맹 명칭을 '사회주의 애국청년동맹'으로 바꾼 바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이 우리가 생각했던 낭만적 민족주의에서 애국주의로 나아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정철 서울대 교수 :전 북한이 김일성ㆍ김정일주의를 안 쓴 것보다는 애국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요. 북한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낭만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애국주의를 향해 나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조현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김일성ㆍ김정일 초상화 철거 움직임 배경에는 고난의 행군 시기 통치자였던 김정일을 지우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