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권한 위임 정보…“판단 신중해야” “경제난 책임 전가”

워싱턴-지정은 jij@rfa.org
2020.08.20
parliament_intelligence_committe_b 박지원 국정원장과 간부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상균 1차장, 박정현 2차장.
/연합뉴스

앵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측근들에게 권한을 일부 위임했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보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만약 권한 위임이 이루어졌다면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란 지적입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국정 전반에 있어 김여정 제 1부부장과 일부 측근들에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치 스트레스 경감과 정책 실패 시 책임 회피 차원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전반적으로 권한을 가장 많이 이양받았으며,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에게, 군사 분야에서는 당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이병철 부위원장 등에게 부분적으로 권한이 이양됐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업무보고에 참석한 정보위 소속 여당과 야당 간사들은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이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권한 이양이 후계자 결정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달리 일각에서는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지난 13일 노동당 정치국회의와 19일 당 전원회의 보도 사진에서 김여정 제 1부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김 부부장이 강등됐을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이 두 정보 모두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으며, 만약 권한 이양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경제난에 대한 책임 회피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내 권력 관계에 대한 정보를 회의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 뿐 아니라 국가 정보기관의 자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권위적이고 신뢰할만한 정보가 부족할 뿐 아니라 그 정보를 확인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며, 북한 당국이 자신의 의도와 향후 행보에 대해 혼동을 주기 위해 일부러 정보를 조작하기도 한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만약 권한 이양이 이루어졌다면 정책 조율을 위해 전문 관료들의 역할을 보강하는 차원이거나, 최근 코로나19와 홍수 등으로 인한 김 위원장의 스트레스를 경감하기 위함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패트리샤 김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관료들의 직위는 이유를 알 수 없이 종종 변하기도 한다며, 권한 위임과 관련해 북한 외부에서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북한이 계속 김정은 위원장의 절대 권력 하에 있다는 것이며, 김 위원장은 여전히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 문제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스티븐 노퍼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국장 겸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의 권한 위임이 일부 이루어졌다면, 이는 내부적으로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함이며 외부적으로는 보여주기식 행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노퍼 교수: (이러한 권한 이양은) 김정은 위원장이 더 현대적인 정권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권한을 일부 위임하면서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수 있고, (경제) 개혁을 위해 필요한 권한을 부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개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Maybe this is also Kim Jong-Un’s way of trying to cast a more contemporary-looking regime that is able to not only share blame among leaders when things go wrong but also perhaps have more support, and more of a mandate in terms of a necessary reform. He needs those to get sanctions relief, he needs those to open up the North Korean economy.)

그는 이어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 담당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여정 제 1부부장의 강등 가능성과 관련, 김 부부장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과 동시에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북한 고위 간부들 직위에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이는 코로나19와 경제난, 홍수와 농업 생산량 감소 등 북한 내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했던 국가경제의 목표들이 미진했으며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했다”며, 공식적으로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지난 4월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함께 김여정 제1부부장으로의 권력 이양설과 후계자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꾸준히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이에 대한 억측들을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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