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를 위한 사전조치를 시작한 징후가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 'PVID' 를 언급한 데 대해 한국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한다는 공동의 확고한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PVID' 원칙이 기존의 완전한 비핵화를 뜻하는 ‘CVID’ 원칙과 표현만 다를 뿐 개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 : PVID라는 표현이 CVID라는 표현을 대체하는 표현인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명확치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용어를 어떤 수준에서 사용을 하신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치 않고요. CVID, PVID의 용어의 표현은 좀 다르게 보입니다만, 기본적으로 뜻은 같은 것으로 그렇게 저희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그러나 PVID 원칙에 대해 한미간에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열린 취임식에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폐기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PVID'를 거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최근 폐기를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에서 그동안 식별되지 않은 징후들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군과 정보당국에 따르면 3번 갱도 내 전선이 제거되고, 갱도 입구에 작업을 위한 인력과 시설들이 식별됐습니다.
핵실험장의 남쪽에 굴착한 3번 갱도의 경우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 한미 군 당국의 평가였습니다.
한국 군과 정보당국은 따라서 북한의 이번 조치가 핵실험장 폐기와 이를 대외에 공개하기 위한 사전 조치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CBS 방송도 이날 미 정보기관을 인용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들에서 전선 철거를 시작했다고 보도하며 이를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북한의 첫 번째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북부 핵실험장 폐기’를 포함한 결정서를 채택한 데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하고 실행 시점과 공개 방침을 직접 천명했습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김정은 위원장은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할 것이라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북부 핵실험장'으로 부르는 풍계리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북핵 개발의 상징적 장소입니다. 지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부터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까지 여섯 차례 핵실험이 모두 이곳에서 실시됐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언제든지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것은 비핵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핵실험장 폐쇄는 사찰 가능성의 암시”라며 “핵실험장의 사찰을 시사한 것은 핵무기화 기술 수준의 공개를 전제하는 것이므로 과감한 비핵화 의지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