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부들 “콩나물 대가리” 비관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5.02.11

앵커: 요즘 일부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콩나물 대가리’라는 은어가 은밀히 회자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고위간부들을 무차별 숙청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자신의 운명을 콩나물에 비유한다는 소린데요,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북한에서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숙청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면서 일부 간부들은 공포와 비관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연락이 된 북한 소식통은 “일부 간부들 속에서 ‘콩나물 대가리와 같다’는 비관과 절망이 흘러나온다”면서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위간부 숙청 사건을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실례로 들었습니다.

간부들 속에서 회자되고 있는 ‘콩나물 대가리’란, 콩나물은 높이 자라는 족족 뽑혀 나간다는 의미로, “높은 고위층 일수록 숙청될 확률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간부들이 이처럼 자기들의 운명을 콩나물에 비유하는 것은 최근 노동당 부부장급 간부들이 연이어 숙청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소식통은 “장성택 숙청을 시작으로 북한에서 무시무시한 공포 정치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노동당 부부장들이 끌려가 사형당하는 것을 보고 간부들은 두려움에 떨고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노동당 행정부 고위관리 2명을 강건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고위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 10월에는 해주시당 책임비서 등을 ‘당의유일적영도체제’ 위반으로 몰아 숙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최근에도 변인선 북한군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의 해임설이 떠도는 등 최고위층 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숙청사건이 몇 건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이처럼 고위 간부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것은 고위층 내에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일대 ‘본때 보이기’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숙청되자 하급 간부들은 “노동당 부부장들이 맥없이 떨어져 나가는데 우린 도대체 뭐냐”는 식으로 허탈감에 빠져 있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층 탈북자는 “김정은 정권이 간부들에 대한 공포정치를 실시하자, 간부들은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며,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시찰을 따라다니며 수첩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뭔가 부지런히 적고 있는 한광상 노동당 재정경리부장 등을 실례로 들었습니다.

그는 “박봉주 총리도 화물 트럭 3대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결정권이 전혀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내에는 숙청을 피하기 위해 꾀병을 부리는 간부들을 감시하는 보이지 않는 ‘눈’이 있기 때문에 고위층들은 할 수 없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최근 간부 동향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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