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강연서 “푸틴이 김정은 흠모”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24.09.10
북 주민강연서 “푸틴이 김정은 흠모” 김정은이 지난해 러시아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전용차인 '아우루스' 뒷좌석에 함께 승차한 모습.
/연합뉴스

앵커 : 지난달(8월) 북한 당국은 러시아를 비난하는 내용의 주민 강연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뿌찐(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를 흠모한다는 내용의 강연이 이어졌는데 러시아에 대한 주민들의 동경심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는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강연회와 학습회 등 조직생활 체계가 있습니다. 강연과 학습은 시기마다 제기되는 국가적 문제들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당과 국가의 건전성과 진정성을 설득하는 강제적 사상주입 체계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이번 주 강연회는 원수님(김정은)에 대한 러시아 대통령의 다함없는 흠모의 마음을 주민들에게 알렸다”면서 “원수님이 지닌 높은 국제적 지위를 선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도내의 공장, 기업소, 단위(각종 단체)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9월 첫 주 강연제강의 제목은 ‘김정은 원수님의 현명한 령도밑에 더욱 힘있게 떨쳐지고 있는 공화국의 존엄과 위상을 온 세계가 격찬하고 있는데 대하여’였습니다.

 

강연 내용의 대부분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얼마나 각별한 흠모심’ 즉 공경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가졌는지 설명하는 데 할애됐고 이런 흠모심이 전 세계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강연에서 특히 2019년 4월 조-로 정상회담에서 ‘지각 대장’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이 회담장에 30분 일찍 도착한 것은 원수님에 대한 흠모심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뿌찐 대통령이 세계 국가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지각하는 것은 다른 나라들을 눈 아래로 깔보는 대국적 심사와 뿌찐 대통령 특유의 월등감이지만 유독 원수님을 향해서는 흠모심으로 표현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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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8일 “이번 주 강연은 한마디로 원수님에 대한 로씨야 대통령의 흠모심이 얼마나 강렬한가를 전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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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북한 정기 강연회의 강연 제강. 북한 당국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를 최대로 흠모, 존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RFA PHOTO-김지은, 편집-이현주

 

또 “강연에서 당국은 ‘북조선의 대국적 위상과 무게는 원수님(김정은)이 지난해(2023년) 9월, 두 번째 로씨야(러시아)를 방문에서 알 수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원수님에 대한 최대 경모의 정으로 직접 참관을 안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강연은 최근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한 당적, 국가적 입장을 전하는 통로입니다. 주민들 속에 당국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조성되거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예상될 때 예방적 목적으로도 진행되는데 최근 강연은 연속으로 러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8월 말 강연에서는 러시아가 사회주의를 포기했다고 비난했고 다시 9월 초 강연에서는 김 총비서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존경과 흠모심이 높다고 강조한 겁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북한보다 부유한 “러시아에 갖는 동경심기대감이 크다는 점”을 당국이 경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어려운 식량난 속주민들은 과거 남한과 국제 사회에서 지원을 받은 것처럼 러시아에서 식량이 지원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인데이런 분위기는 강연장에 나온 주민들의 반응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소식통은 강연에서 “로씨야 대통령이 원수님을 흠모해 최대의 성의로 전용 승용차를 선물했다는 내용이 전달되자 강연장은 냉담한 분위기에 휩싸였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내가 국가 원수라면 차 대신 절박한 식량을 받았을 것’이라며 반발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연사는 공화국의 국제적 지위로 하여 원수님과의 상봉을 원하는 것은 로씨야 대통령만이 아닌 전 세계 지도자들의 간절한 희망이라고 선전했다”면서 “하지만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주민들은 당국의 선전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남한과 국제 사회로부터 쌀과 비료 등이 지원되던 2000년대 초반에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내용의 강연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 탈북민 박주희 씨는 2000년대 초반, 여맹 정기모임 등에서 ‘미제를 비롯한 세계 제국주의 열강들이 수령님(김정일)의 담대한 지략과 탁월한 령도력에 압도되어 쌀을 갖다 바쳤다’는 식의 강연을 들은 기억이 있다며 당시 당국은 위대한 장군님의 덕분에 인민들이 외국쌀을 공급받게 되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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