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전 국정원장 “김정은 정권 최대 위협은 장마당 세대”

서울-이정은 leeje@rfa.org
2024.09.30
김규현 전 국정원장 “김정은 정권 최대 위협은 장마당 세대” 김규현 전 한국 국가정보원장이 30일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물망초가 주최한 '북한 자유화의 길' 인권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물망초

앵커: 김규현 전 한국 국가정보원장은 북한 당국이 장마당 세대를 가장 큰 체제 위협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며 당국의 단속을 피해 외부 정보에 대한 이들의 갈망을 충족시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30일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가 북한 자유화의 길을 주제로 주최한 인권세미나.

 

김규현 전 한국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북한 당국이 이른바 장마당 세대를 체제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규현 전 한국 국가정보원장] 북한이 지금 체제의 가장 큰 위협적인 요소라고 보는 것이 장마당 세대입니다. 사실은 지금 싸움은 노동당과 장마당, 이 두 당 사이의 싸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80-90년대에 태어나 유소년기에 고난의 행군을 겪은 장마당 세대는 당국의 혜택을 받은 적이 없어 충성도가 약하고, 자본주의에 익숙해 개인적 이익을 침해할 경우 반발하며, 한류 등 외부 문화에 거부감이 없어 체제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이들이 전체 인구의 약 29%를 차지하는 사회 주류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북한 당국은 이들을 방치할 경우 김씨 일가의 4대 세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장마당 세대가 민주화 세력으로 진화하지 못한 채 중년층에 접어들기 시작했고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로 인해 한국 문화가 재미와 동경 수준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은 한계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이들의 불만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바탕으로 어떻게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2.jpg
30일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물망초가 주최한 '북한 자유화의 길' 인권 세미나. / 물망초

 

<관련 기사>

-, MZ세대에 충성심 고취 애쓰지만...

-김정은, ‘MZ세대병사 반란 가능성 의식

 

김규현 전 원장은 또 김정은 정권의 앞날은 여느 독재 정권과 동일하게 핵심 엘리트의 충성도와 직결되어 있다며 김정은이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핵심 엘리트에게 보상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정권의 취약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규현 전 한국 국가정보원장] (김정은이 엘리트들에게) 고급 차량 등을 밀수해서 나눠주고 합니다만 북한의 현금 흐름이 대북제재 때문에 용이치 않고 핵심 엘리트의 충성을 계속 살 수 있는 현금 흐름이 제한 당하고 있습니다. 또 실질적으로 본인이 어떤 카리스마가 있어서 핵심 엘리트들에게 김정은을 따라가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의 최측근들을 보면 여성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며 생사고락을 같이 할만한 동지와 같은 존재가 김정은에겐 없다는 것이 김일성, 김정일과의 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책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간부들에게 전가하고 처벌을 상시화하는 것은 이들의 충성심 확보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3.jpg
30일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물망초가 주최한 '북한 자유화의 길' 인권 세미나. / 물망초

 

이에 더해 한국은 적대적 국가이며 통일 상대가 아니라고 규정한 것은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을 부정한 것으로서 핵심 엘리트와 일반 주민 모두의 내적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에게 한국의 실상을 알려 삶의 대안이 있음을 인식하게 하고 해외에 파견된 북한인들에게도 한국의 탈북민 정착 지원 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유입시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젊은 세대의 외부 문화 접근을 통제하기 위한 법을 시행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에 따라 내부 변화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26일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가 주최한 청문회에서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 등 외부 문화를 접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최근 1~2년 동안 공개처형이 급증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내부 변화(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