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뉴스분석] 통신선 복원으로 남북관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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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토요일 격주로 보내드리는 'RFA뉴스분석' 시간입니다. 지난 2주간 RFA 한국어서비스에서 다뤘던 굵직한 북한 소식, 영향력을 미쳤던 RFA 뉴스 보도들을 그 뒷이야기와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앵커: 양성원 기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양: 안녕하십니까.

앵커: 지난 2주간 북한 관련 뉴스들 가운데 일단 눈에 띄는 건 약2달만에 남북한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는 소식인데요. 하지만 지난 9월 북한은 계속 새로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지 않았습니까?

양: 북한은 지난 8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통신연락선을 지난 4일 또 마음대로, 원하는대로 복원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에 앞서 바로 지난주에도 신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었는데요. 잘 아시겠지만 9월 한달 동안에만 북한은 4차례 새로운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9월 11일과 12일 이틀동안 장거리 순항미사일, 15일에는 열차에서 탄도미사일, 28일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그리고 30일에는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고, 그러면서도 한국 측엔 유화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초조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재차 거론한 한국전 종전선언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고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정은 총비서의 예고대로 10월 들어서는 남북 통신연락선도 복원한 것입니다.

앵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핵 협상도 마찬가지지만 북한은 남북관계를 원하면 언제든 단절시켰다가 원하면 또 재개하고, 필요하면 도발하고 또 단절시키고, 이런 행태를 계속 반복하는데요. 왜 그런건가요?

양: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요. 일단 가장 큰 이유는 계속해서 핵물질을 생산하고 핵폭탄을 실어나를 수 있는, 다시 말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을 개발해서 한국과 일본, 미국 등을 위협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어떻게든 풀고, 궁극적으로는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남북관계는 과거에도, 지금도 북한 입장에선 크게 중요하지 않구요. 이런 평가는 제 개인적 평가가 아니라 시드니 사일러라고 북한통 미국 정보 관리의 판단이기도 한데요. 최근 토론회에 나온 그의 말을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사일러 NIC 북한담당관: 저의 평가를 반박할 새 정보들을 그동안 찾아봤지만 없었습니다. 북한은 전략적으로 한국과의 지속적인 관계 개선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고 결론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여하간 북한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를 미국을 상대하기 위한 어떤 도구나 수단 정도로 본다고 여기면 될 것 같은데요. 북한은 지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에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어떻게든 미국을 위협하고 가능하면 설득도 하고 또 기회가 되면 정상회담도 하고 해서 핵을 보유하면서도 제재를 풀려고 갖은 애를 썼고 그러한 입장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한국 정부는 필요하면 이용하고 필요 없으면 무시하고 그렇게 좀 하찮게 함부로 대하고 있는 느낌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그러한 느낌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왜 한국 문재인 정부를 그렇게 쉽게 대하고 또 그렇게 함부로 할 수 있는 걸까요?

양: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냥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북한군이 서해에서 한국 공무원을 사살해도, 한국 국민 여럿이 북한에 구금돼 있어도, 한국 측 재산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막무가내로 폭파해버려도, 또 김정은 총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화학무기 VX신경제로 백주대낮에 국제공항에서 암살해도, 한국 전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그러면서 국제법을 위반하는 탄도미사일을 아무리 쏘아대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고 핵실험을 하지 않았으니까 별 문제 없다는 듯 대북제재를 풀어야 한다, 종전선언이 필요하다, 미국이 더 구체적으로 북한에 다가가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문재인 정부가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가 그냥 그간 북한 정권의 행태를 대부분 그대로 용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서도 또 최근 한국에서도 계속 대북제재를 완화해서 북한을 핵 협상장에 나오게 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양: 그렇습니다. 정의용 장관은 지난달 방미 당시 미 외교협회(CFR) 간담회에 나와 북한에 인센티브, 즉 유인책을 제공하는 데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면서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도 하면서 현 상황을 방치하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이달 초 한국 국회에 출석해서도 같은 주장을 내놨습니다.

앵커: 이러한 그의 대북제재 완화 주장에 대해 미국 측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양: 일단 미국 국무부 측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이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와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는데요. 한마디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통일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무부 측은 "국제사회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미국과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구요. 그러면서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고, 미국은 유엔, 또 북한의 인접국들과 외교를 통해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도 일단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을 대화에 나오게 하기 위한 유인책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 그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도 그다지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루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양: 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계속 신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데도 크게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진 않고 있습니다. 일단은 북한 문제를 적극 다룬다 해도 그 결과가 그다지 좋게, 또 단기간에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우선 하는 말은 계속 조건 없이 대화할 수 있다,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확실한 것은 북한이 원하는 것처럼 제재를 그냥 풀거나 완화하면서까지 북한과 대화할 생각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 등을 강행할 경우 추가 대북제재나 무력 시위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북한도 이른바 미국의 '레드라인', 즉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실험은 지금 4년 정도 삼가고 있는데요. 북한은 나름 한다고 하는데도 미국이 별 반응이 없으니까 이번엔 한국 문재인 정부를 활용하려고 한국 측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며 남북한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건가요?

양: 일단 통신선 복구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구요. 다른 미국 전문가들의 반응을 직접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지난 4일 저희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북한이 대남관계 회복에 나서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려는 북한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최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 등을 내놓은 시점에서 북한이 정치적 전략으로 통신선 복구로 한국 측에 화답했다는 설명인데요. 직접 그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맥스웰 연구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진정 원하는 것은 한미동맹 약화 뿐 아니라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압박을 주는 것입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정치적 상황과 자신의 이해에 따라 언제든 또 다시 한국과 연락을 끊을 것이라며, 북한의 대남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역시 저희 방송에 출연해 남북 통신연락선 복구에 담긴 북한의 주요 의도는 한미동맹의 와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한국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 자신들의 목표를 지지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양성원 기자 잘 들었습니다.

앵커: 지난 2주간 RFA 한국어서비스에서 다뤘던 주목할 만한 북한 뉴스들을 소개해드리는 'RFA 뉴스분석'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자 양성원,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