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가 최근 서해 한국 공무원 사망 사건 진상 규명 등을 이유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나서려 하고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미국의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 특사가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킹 전 특사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들어 북한 문제에 있어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의 관여를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 북한과의 협상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길 상당히 갈망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핵문제를 논의할 용의는 없었습니다. 대북 관여는 현실적이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킹 전 특사는 이른바 '관여를 위한 관여'에 서둘러 나설 경우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 측이 지난 22일 서해 상에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이례적으로 한국에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낸 것을 확대 해석하거나, 비핵화 협상에 대한 그의 태도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게 킹 전 특사의 지적입니다.
킹 전 특사: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는 제대로 된(full-fledged) 사과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정책적인 실수를 인정하고 신격화보다는 인간적 면모를 보여 준다는 언론의 보도들이 있었지만, 김 위원장의 태도나 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외부세계의 정보 유입으로 북한 주민들이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게 되면서 김 위원장이 현실적인 방향을 택한 것이라고 봅니다.
킹 전 특사는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홍수, 태풍, 코로나19 등으로 처한 위기 속에서 한국으로부터 지원을 원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1일 김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직설적으로(with directness and speed) 한국 공무원 사살과 관련한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한국에 보내고, 앞서도 경제정책 달성에 차질이 있음을 인정하는 등 자신이 '무결점의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북한 주민과 소통하는 인간적인 지도자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군이 한국 공무원을 사살하기 전 그는 5~6시간 동안 바닷물에 떠 있었는데, 최고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우선 통지문은 김 위원장이 아닌 통일전선부 명의로 되어 있습니다. (한국군에 따르면) 사망자는 북한군이 그를 발견하고 상부의 지시를 받고 사살하기까지 5~6시간을 물 속에 있었습니다. 군 최고통수권자까지 통보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대동하고 수해지역의 현지시찰에 나서면서 누가 진정한 지도자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해외 언론에 의해 후계자설 등이 대두되었던 김여정 제1부부장이 재등장해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하는 모습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체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인 사살 사건과 관련해 한국에 사과하고, 주민들에게 정책적 차질이 생긴 것 등을 인정하면서 정상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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