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내달 1일 공개됩니다. 탈북민의 험난한 생존기를 담아낸 영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예고편] 로기완입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자강도 우시군 하상 협동농장 관리위원회 제7작업반에서 태어났슴다.
내달 1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유럽의 국가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민 ‘기완’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한국의 유명 배우 송중기가 기완 역을 맡아 연기했습니다.
극중에서 기완은 중국 공안에 쫓기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습니다.
[예고편] 엄마, 이쪽! 엄마! (사고 소리)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을 떠나 벨기에에 도착한 기완.
홀로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내며 난민 지위를 신청합니다.
지난 2008년 미국 정부로부터 난민 자격을 인정받고 미국 시민이 된 탈북민 폴 한 씨는 이 영화가 공개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건설 노동자로 파견됐던 그 역시 주인공 기완과 비슷한 시간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폴 한 : 은신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죠. 제가 있던 (러시아) 도시에서 내가 미국에 가기 위해 모스크바로 간다는 말이 새서, 북한에서 알아버렸어요. 러시아에 있던 평양 건설 회사에서 보위부에 찔렀고, 나를 잡으려고 북한 대사관에서 수배를 내린 거죠. 그래서 난민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2년 동안 숨어 다니느라 고생했죠.
1일 공개된 예고편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만 하는 이방인, 기완의 힘겨운 여정을 보여줍니다.
[예고편] 현재는 북에서 오셨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예고편] 그, 뭐, 내가 다 거짓으로 지어냈다는 말입니까?
북에서 왔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냉정한 답변 앞에서, 기완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듯 차가운 바닥에 쓰러집니다.
한 씨 역시 난민 신청이 진행되는 2년 동안 UN 난민 기구와 한국 대사관 등 기관에서 ‘탈북민’임을 증명하기 위한 심사를 총 4번 받았습니다.
폴 한 : 인터뷰를 진짜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이제 우리가 중국 조선족인지 고려인인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그 조사가 들어가는 거예요. 북한에서 왔는지 한국 대사관에 들어가서 보거든요. 그리고 러시아에도 무슨 난민 기구들이 많더라구요. 거기서도 인터뷰하고. 마지막으로는 이제 미국 대사관 인터뷰고요.
당시 한 씨와 같이 인터뷰를 했던 다른 탈북민 4명은 결국 미국행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영화에서 기완이 겪는 엄격한 난민 인정 절차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반영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북한과 관련된 한국 영화와 드라마들이 속속 제작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즐겨본 드라마라고 알려진 ‘사랑의 불시착’과 ‘오징어 게임’에 이어, 남북한 군인들 간의 만남을 따뜻하고 재치 있게 그린 영화 ‘645’도 2022년 개봉해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삶을 위해 낯선 곳으로 떠나야 했던 기완의 파란만장한 날들, 살고 싶은 그의 이야기는 3월 1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됩니다.
담담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이 땅에서 살아남기로 했다”고 말하는 그의 여정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예고편] 저는 이 땅이 어떤 지옥이라도 죽지 않고 살아 내겠다는 다짐 하나로 예까지 왔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