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격전지에 북 인공기? “러 심리전” 경고
2024.10.21
앵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며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온라인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에 북한 국기가 꽂힌 사진이 게시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은 북한군의 참전설을 다시 부각시켰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선전 작전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울퉁불퉁한 회색빛 언덕 위에 러시아와 북한의 국기가 나란히 꽂혀있습니다.
21일 오전 ‘Z 작전 – 러시아 봄의 군사 특파원’이라는 이름의 친러시아 전쟁 상황 공유 계정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Z 작전’은 사진과 함께 “북한 국기가 최근 해방된 츠쿠리노 인근 포크로우스크 전선의 광산 폐석 더미 위에 게양됐다”며 “우리 전투원들의 행동은 적에게 큰 혼란을 일으켰다”고 말했습니다.
츠쿠리노 인근 포크로우스크 전선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도네츠크주의 전략적 요충지로, 현재 북한군이 파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이달 초 도네츠크 전선에서 북한군 장교 6명이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우크라이나 언론의 보도에 이어, 한국 국정원은 지난 18일 북한군 추정 인물이 도네츠크 인근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포착된 사진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각종 매체 및 군사 전문가들도 해당 사진을 빠르게 공유하며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포스트의 제이슨 제이 스마트 기자는 21일 RFA에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에서 이 사진을 본다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 기자는 “내가 사진의 진위 여부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다”면서도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군인들의 영상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말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측이 포크로우스크를 점령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와 북한 국기가 꽂힌 사진을 공개한 건데, 우크라이나는 “단지 정보 작전의 일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가 안보 및 국방위원회(NSDC)의 허위 정보 대응 센터장인 안드리 코발렌코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에 “그들(러시아)은 지금 북한 관련 주제를 부각시키며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포 선전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12,0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 있다는 사실을 수십만 명으로 왜곡해 허위 주장을 퍼뜨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북한군의 파병 소식이 전해진 후,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려는 선전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전한겁니다.
그는 사진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깃발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면서 “깃발이 실제로 꽂혀있는지, 포토샵 처리됐는지, 그 깃발이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RFA는 사진의 진위 여부를 자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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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북한군, 러 우수리스크 공수여단 기지 주둔 중
우크라 기자 “마이루폴시 주민, 북한군 목격”
북한군의 러시아 주둔에 대한 증거가 속속 공개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명확한 진위 확인을 피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 정례기자회견에서 한국 국정원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 발표에 대해 “서로 상충하는 정보들이 많다”면서 “특별군사작전 수행에 대해서는 국방부에 질문해야 한다”며 답을 회피했습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북한군 파병 관련) 보도를 계속 조사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국가안보 소통조정관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푸틴은 전장에 계속 군대를 보내려 하고 있고, 전장에서 약간의 성공이라도 거두려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커비 조정관] 북한군이 러시아로 가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며칠 내로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그러면서 “이는 푸틴의 절박감과 고립감이 커지고 있는 또 다른 증거”라며 “잠재적인 지상 작전에서의 보병 지원을 위해 (러시아는) 북한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