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호위사령부 군인들, 대우 나빠져 사기 저하

서울-안창규 xallsl@rfa.org
2021.11.23
북 호위사령부 군인들, 대우 나빠져 사기 저하 2018년 4월 27일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판문점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AP

앵커: 북한에서 김정은과 그 일가의 경호를 맡은 호위사령부는 일반 군대와 다른 특별한 무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있은 부대 개편으로 호위사령부 군인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2일 “이전에는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김정은과 그 일가를 경호하는 호위사령부에 입대하는 것을 큰 영광이자 자랑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면서 “작년에 시행된 부대 개편작업으로 호위사령부 군인들에 대한 대우와 보급이 전보다 나빠졌기 때문이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호위사령부에서 근무하다 제대한 이 소식통은 “김정은의 지시로 작년에 호위사령부가 4개의 조직으로 쪼개졌다”면서 “김정은과 그 일가에 대한 호위(경호) 임무를 담당한 부대들은 특성과 역할에 따라 호위처, 경위국, 호위국으로 개편되고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임무를 담당한 일반 부대들은 호위사령부로 남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비주류 일반 전투부대로 남게 된 호위사령부에 대한 대우와 보급이 이전 보다 못해졌으며 같은 호위사령부라도 평양에 있는 부대와 지방에 있는 부대간에도 대우와 보급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식량도 직접 호위 임무를 담당한 부대는 쌀과 옥수수를 5:5의 비률(비율)로 공급하는 반면 일반 전투부대나 지방의 부대는 3:7 혹은 2:8의 비률로 보급하고 있다”며 “호위사령부 군인들의 상징으로 된 가죽으로 된 무장 혁띠도 호위처나 경위국 군인들은 5년이면 새것으로 교환해주지만 일반 부대나 지방부대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입대할 때 받은 것을 제대할 때까지(7년) 사용해야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이 밖에도 간장, 된장 같은 부식과 세면비누, 치약, 칫솔 같은 소모품도 평양에 있는 부대들은 기준대로 보급받고 있지만 지방에 있는 부대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워낙 직접적으로 (김정은일가의) 호위를 담당한 부대와 그렇지 않은 부대 간에 차이가 많았는데 부대가 새롭게 개편되면서 그 차이가 더 심해졌다”며 “해당 조치가 발표된 후 호위사령부 군인들은 물론 군관들도 호위 임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부대들을 모아 놓고 호위사령부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지방의 호위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장교로 근무했던 한 탈북민은 23일 “북한당국은 군인들의 복무기간을 7년으로 단축하면서도 김씨일가의 직접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처, 경위국, 호위국 소속 군인들은 10년 의무복무하도록 지정했으며 나머지 일반 호위사령부 군인들은 7년 의무복무로 규정을 변경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같은 호위사령부라 하더라도 지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의 보급과 생활 여건은 매우 열악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지방의 호위사령부 부대들은 곳곳에 있는 수령 일가를 위한 별장을 지키는 부대로 대부분 깊은 산속에 주둔하고 있다”며 “내가 근무한 부대는 높은 산이 많아 맹산이라 불리는 평안남도 맹산군에 있었는데 그 작은 산골 군에 한 개 여단 규모의 부대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맹산군이 철도도 연결되지 않은 산악지대다 보니 물자보급이 자주 끊겼다”며 “장마철이 되면 도로가 끊겨 식량 등 보급물자가 열흘, 혹은 보름씩 지연되기 일쑤였고 채소도 부족해 봄철이면 온 부대가 동원돼 산나물을 채취했는데 독버섯을 잘못 먹고 죽은 군인도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호위사령부는 국방성 관할 일반부대에 입대하는 것과 달리 출신성분과 사회계급적 토대, 인성 등을 따져 특별히 선발되어 가는 곳으로 부모들도 자녀를 호위사령부에 보내는 것을 선호했다”면서 “하지만 호위사령부가 사회와 철저히 격폐(격리)된 조직으로 명칭만 요란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부모들은 요즘엔 자기 자녀를 호위사령부에 보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군 군관(장교) 출신인 탈북자 정세웅씨는 “북한의 호위사령부 군인들은 사병들도 승마 바지에 가죽 장화를 신고 군관들에게만 지급되는 가죽 무장혁띠와 견장을 두르고 있어 한눈에 보아도 일반 군인들과 구별되기 때문에 입대를 앞둔 모든 청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김씨일가의 경호를 맡은 최정예 부대인 호위사령부 군인들에 대한 공급이 나빠졌다는 것은 북한의 경제난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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