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저수지에서 발사한 것과 관련해 한미 감시 등을 회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0일 관영매체를 통해 서북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모의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지난달 25일 실시했다고 밝힌 북한.
한국 군 당국은 11일 잠수함이 아닌 저수지에서 이뤄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관련해 일종의 ‘궁여지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준락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북한이 10일 공개 보도한 부분과 관련해, 저수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미 감시를 회피하고 한국의 '킬체인' 능력을 상당히 의식한 궁여지책으로 생각합니다.
한국 군은 “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가 이뤄질 때 무기 체계로서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일각에서 북한이 저수지 발사라는 새로운 SLBM 발사 수단을 마련함에 따라 ‘킬체인’ 대응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선 현 전력으로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킬체인’이란 적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무기 종류와 위치를 식별한 뒤 공격수단 선정, 타격 여부 결정, 공격 실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공격형 방위체계입니다.
한국 군은 “이번에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타격 자산, 투발 수단들은 현재 한국이 보유한 미사일방어체계로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킬체인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찰·감시자산 확보”라며 “한국의 정찰·감시능력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완전성을 위해서는 추가로 확보할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전 지역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확보를 위해 군 정찰위성과 중고도 정찰용 무인기를 포함한 다양한 무인기 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감시 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위성 추가 확보와 해상 탐지자산을 추가로 확보해나가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저수지 SLBM 발사’와 관련해,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 수중형으로 개량한 소형 SLBM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일한 KN-23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차량(TEL), 기차, 잠수함에 이어 지상의 저수지에서 발사해 다변화함으로써 발사 원점 선제 타격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사일 비행거리가 600km 정도로 측정된 것을 감안하면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입항해 있던 부산항 위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방안을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도 내놓았습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발사가 “북한의 기존 SLBM 발사 수단인 ‘8·24 영웅함’이 손상을 입었고, 신형 잠수함 건조 작업이 더딘 상황에 나온 고육지책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수지 시험발사를 위해선 육상 보관시설과 함께 일정 수심이 보장되는 접안시설과 크레인, 모선 등이 필요하고 발사 준비 시간도 길어지며 이런 과정들이 모두 외부로부터 관측될 수 있다"면서 특히 겨울엔 호수가 얼어 설치한 장비들을 장시간 사용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손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내륙 저수지에 수중바지선을 설치해, 물 속에서 고압 장치로 미사일을 수면 위로 밀어 올려 점화시키는 이른바 ‘콜드 론치’ 방식으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저수지 발사 시설을 마련한 만큼, 같은 곳에서 추가로 SLBM 시험 발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 : 일단 그 쪽에 수중 발사장을 만들었으니 그 곳에서 또 시험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형태의 발사를 시험할 가능성이 있고, 발사장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번 한 발만 쏘고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군은 지난 8일 북한이 군용기 150대를 동원했다고 밝힌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과 한국 군의 대응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북한의 활동을 파악하고 필요한 대응 조처가 이뤄졌지만, 활동이 감시선 이북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영매체를 통해 이를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으로 지칭하며 핵무기 투발 수단을 과시한 것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파악해 분석, 대응하고 있었던 부분”이라면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