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북, 저열한 도발 대신 인도적 손길 응답해야”
2024.06.05
앵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보내는 인도적 지원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향후 한국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란 전문가들의 제언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이 5일 서울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북한 취약계층 건강권 진단’ 토론회.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환영사를 통해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 (북한은) 오물 풍선 살포와 GPS 교란 행위 같은 유치하고 저열한 도발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인도적 손길에 열린 자세로 응답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김 장관은 북한 정권이 “민생을 도외시하면서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을 자초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춰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군비 증강에 몰두하며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사이 인도적 피해가 고스란히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어렵지만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들을 향한 시선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도발과 불법적인 행태에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북한 주민에게 통일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인도적 사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그 여건을 탐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 내 전문가들이 북한 여성과 어린이가 처한 위생 환경과 영양 실태 등을 진단하고 그 대응 전략을 모색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취약계층의 보건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것이 훗날 한국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북한 의사 출신인 김지은 한의사의 말입니다.
김지은 한의사: 지금 한국의 10대, 20대가 성인이 됐을 때 남북 청년들이 함께 뭔가를 해 나간다고 생각하면 한국 젊은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지금 북한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건강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북한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한 김지은 한의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에서 발생한 질병이 한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아마도 가장 먼저 한국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이같이 제언했습니다.
김건희 이화여대 간호대학 교수도 같은 자리에서 “통일 한반도의 주역이 될 남북한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해야 남북 교류 등에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영양과 보건 지원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출생 이후 예방접종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한 북한 어린이의 비율이 2021년 기준으로 60%에 달하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김건희 이화여대 간호대학 교수: 북한 어린이들의 대다수가 예방접종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했고, 그와 관련한 매우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며 심하면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이 불가능할 가능성도 큽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 당시 북한으로 상당량의 백신이 지원됐지만 실제 질병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낮추지는 못했다며, 이는 백신 유통과 보관 등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갖추지 못한 북한 내 상황을 간과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기구가 북한 내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데 필요한 종합적인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그 재원을 꾸준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앞서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이 지난 2022년 영유아가 맞아야 하는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예방접종을 아예 실시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해 7월 내놓은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홍승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