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새로운 대응’ 언급...전문가 “무인기 공격·대남 확성기 방송 가능”

앵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한국 측의 대북전단 살포, 확성기 방송이 계속될 경우 ‘새로운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 측이 무인기를 활용한 휴전선 일대 확성기 공격이나 대남 확성기 방송 맞대응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약 6년 만에 재개한 것과 관련해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9일 저녁 담화를 통해 ‘새로운 대응’을 언급하며 위협에 나섰습니다.

김 부부장은 어제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한국이 국경 너머로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을 병행한다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새로운 대응’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새로운 대응’과 관련해 “풍선에 대남전단을 담아보내는 것, 무인기를 활용해 휴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를 공격하는 것,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무력시위하는 것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며 “특히 북한이 올해 ‘김정은 우상화’를 가속화시킨 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무인기를 활용해 대북 확성기를 조준 사격할 경우 “한국에서는 대응이 상당히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북한 국경지역의 주민들과 군인들이 많은 인구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젊은 북한 군 장병들이 지속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노출될 경우 북한 체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는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존에 하지 않았던 방법 중에는 예를 들면 무인 공격기 등을 띄워서 휴전선 일대에서 확성기를 조준 사격한다든가 그래서 사실상 원점 타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일이 생길 수 있죠. 전술핵이 탑재 가능한 단거리 미사일, 근거리 미사일 또는 포사격을 통해서 무력 시위, 위력 시위를 하는 방식으로 전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여정 부부장이 ‘새로운 대응’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의 행위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원장은 이어 “북한도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가 다소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당장 위기가 고조되지 않는 것이 곧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뜻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고 전 원장은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대북 확성기 방송 모두 지속할 경우, 군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 정부가 하는 것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상대적으로 완화해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북한도 상황 관리하려는 의도가 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무력 충돌로 가는 데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숨은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아요.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여정 부부장이 언급한 ‘새로운 대응’은 “대남 확성기 방송 맞대응, 무인기를 활용한 위협 사격, 최악의 경우 대북 확성기를 겨냥한 고사포 사격,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또 한국과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동시에 할 경우 방송 소리가 뭉개져 전달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0일 “북한이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식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국의 대북 확성기 재개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입니다.

김 교수는 이어 “남북이 군사적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상황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이 방송을 동시에 하게 되면 소리가 잘 전달이 안 됩니다. 웅웅거리는 식으로 되기 때문에 실제 전달 효과는 많이 반감된다고 봐야죠. 남북이 또 군사적인 시위를 하면서 우발적인,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취해야할 대응과 관련해 홍민 선임연구위원도 이날 “응징 태세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 북한의 퇴로를 여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몰아붙이기만 할 경우, 북한 지도부가 ‘핵보유국가’로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이기 위해 호전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이날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대응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며 “앞으로 정세는 한국 정부에 달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전략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