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공동성명’ 회담 문서 공개…‘1·21 사태’ 김일성 사과 언급도

1972년 7월 남측 특사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안내하는 김일성(우) 주석.
1972년 7월 남측 특사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안내하는 김일성(우) 주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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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7·4 남북공동성명'의 협의 과정을 담은 회담 문서가 공개된 가운데 이 문서에는 북한의 '1·21 사태'에 대한 사과가 언급된 내용도 포함돼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71년 11월부터 1979년 2월까지 이뤄진 남북 당국 간 회담 문서가 6일 공개됐습니다.

통일부 산하 남북회담문서 열람실에 공개된 이 문서에는 ‘7·4 남북공동성명’이 채택되기까지의 남북 당국 간 비밀 접촉 내용 및 협의 내용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는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당국 간 회담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한국의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김일성 주석 간의 면담 내용이 포함돼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7·4 남북 공동성명’을 채택하기 위한 협의 과정에서 이후락 부장이 김 주석과 나눈 대화 내용 일부를 언급한 것이 포함돼 주목됩니다.

남북 회담 문서에 따르면 지난 1972년 11월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 회의에서 이후락 부장은 “지난번 (김일성) 수상께서 좌경 맹동분자들의 책동을 나무란 일을 기억하고 있다”며 “오늘 개별적으로 만났을 때에도 그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고 말했습니다.

‘좌경 맹동분자들의 책동’이란 지난 1968년 북한의 남파 공작원 김신조 일당이 박정희 전 한국 대통령과 정부 요인 등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한 ‘1·21 사태’를 의미합니다. 당시 이후락 부장의 언급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당시 ‘1·21 사태’의 책임을 ‘좌경 맹동분자’에 돌리고 사과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74년 남북조절위원회 8차 회의 문서에서도 김일성 주석이 ‘1·21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습니다.

회담문서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 참여한 장기영 남북조절위원회 한국측 부위원장은 “(북한이) ‘1·21 사태’에 대해 한국측 무장봉기로 주장하다가 김일성 자신이 1972년 이후락 씨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짓이라고 시인, 정중히 사과한 일이 있음에도”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다시는 한국전쟁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언급도 이번 공개 문서에 포함돼 있습니다.

1972년 10월 12일 열린 제1차 남북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 회의 문서에 따르면 이후락 부장은 “김일성 수상으로부터 분명히 다시는 6.25와 같은 전쟁은 없을 터이니까 그렇게 박정희 대통령에게 전하시오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71년 11월 20일 분단 이후 최초로 열렸던 남북 당국 간의 비밀접촉은 하루 전인 같은 해 11월 19일에 열린 남북적십자회담 예비 회담에서 한국 측이 제안해 성사됐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남북 당국 간 회담은 모두 11차례에 걸친 비밀 접촉, 서울-평양 교환 방문 등의 과정을 거쳐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평양 방문으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당시 이 부장의 대화 상대는 김일성 주석의 동생인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었습니다.

공개된 회담 문서에 따르면 당시 김영주 부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이후락 부장은 실무자 급에서의 신뢰 있는 대화 등을 각각 요구하며 이견을 보였습니다. 남북 양측은 입장 차이를 크게 좁히지는 못했지만 결국 자주 통일, 평화 통일, 사상·이념·제도를 초월한 민족의 단결 도모 등을 조국 3대 원칙으로 제시한 ‘7·4남북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남북은 1972년 4월 말에 서울-평양 간 직통전화를 설치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개된 회담 문서에 따르면 남북이 해당 직통 전화를 이용해 통화한 횟수는 4년 4개월 동안 본 통화 238회, 시험 통화 1108회입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이번 남북 회담문서 공개는 지난 2022년 두차례 공개했던 남북대화 사료집에 이어 세번째입니다. 통일부는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남북 회담문서 공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