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정부가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 정지 조치를 내린 가운데 이에 북한이 9.19 군사합의 전체를 폐기한다는 식의 맞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고영환 한국 통일부장관 특별보좌역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한국 정부의 9.19 남북 군사합의의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 정지 조치에 어떤 방식으로든 맞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고 특보는 “북한은 외무성이 나서든, 혹은 총참모부가 나서든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고영환 한국 통일부장관 특별보좌역 :북한이 이른바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면서 한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사전에 점검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아마 대응은 꼭 할 것입니다. 9.19 합의에 대해 한국이 이랬으니까 자신들은 합의문 전문을 폐기한다, 이런 정도로 나올 가능성이 당장은 있어 보입니다.
고영환 특보는 북한이 한미와 ‘강 대 강’으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향후 있을 수 있는 미북, 남북 대화를 염두에 두고 주요 의제 선점 및 주도권 확보를 위한 차원에서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북한이 그동안 9.19 군사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조치에 맞대응할 명분 자체가 없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9.19 군사합의의 효력정지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시사했기 때문에 북한도 이 같은 상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에 대응하기 보다는 군사력 강화를 위한 자체적인 일정 및 계획을 계속 추진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북한이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북한이 향후 도발할 경우 책임전가 차원에서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를 거론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조치를 해제할 수 있는 최소 요건으로 남북, 미북 대화 재개를 꼽았습니다. 특히 현재 단절돼 있는 남북 대화 통로의 복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과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의 말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 (9.19 합의 효력 정지 해제 요건은) 대화의 시작으로 봐야 되지 않을까요? 크게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일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인도적 사안이라든지 여러가지 현안에 대한 대화는 이미 제안을 했단 말이죠. 그래서 물리적으로 남북 간 대화, 아니면 최소한 미북 대화라든지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기본적으로 9.19 합의를 지킬 여건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 합의가 지켜지려면 기본적으로 직통전화가 가동돼야 합니다. 9.19 합의가 지켜지려면 대화가 이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되는 게 없지 않습니까.
한국 정부는 22일 남북 군사합의의 일부 조항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면서 그 기간을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한국 정부가 남북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합의 파기가 아닌 일시 효력 정지를 선택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가 먼저 남북합의에 대해 효력 정지 조치를 내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반면 북한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남북 간 합의에 대한 파기 위협과 실제 파기 조치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21년과 2020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먼저 9.19 군사합의 파기를 위협한 바 있습니다.
또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과 대변인 담화, 조선인민군총참모부 중대통고문 등을 통해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경제협력 및 교류사업 관련 합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합의’, ‘서해해상 우발적 충돌방지 관련 합의’ 등을 무효·백지화·폐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합의 파기를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합의를 불이행한 사례도 상당수입니다. 대표적으로 3,400여 건에 이르는 9.19 군사합의 위반 사례와 핵 무기 개발 등입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남북합의서는 1971년 이후 현재까지 정치, 군사, 경제, 인도, 사회문화 등 분야에서 총 258건이 체결됐다”며 이 가운데 한국 정부가 먼저 이행 정지의 입장을 밝힌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