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④] “공동선언문에 북 CVID의지와 비핵화 이행 주체 담겨야”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18.04.26
Summit_News_watch_b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남북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ASSOCIATED PRESS

앵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내 전문가들과 북한 관련 주요 단체들로부터 성공적인 회담 개최를 위한 제언을 들어보는 기획을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한국 내 전문가들의 제언을 전해드립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에 대한 의지가 재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공식적인 의사 표명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북부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미사일 발사 중단을 선언한 바 있지만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과제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확인’을 꼽습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방안으로 이번에 발표될 남북 공동선언문에 비핵화 이행 주체를 명시하자는 제안이 나옵니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는 “공동선언문에 비핵화 행위 주체로 ‘김정은 위원장’, 혹은 ‘북한’이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 공동선언문에 ‘남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정도의 문구가 들어가면 의미가 없습니다. 김정은의 입으로 ‘비핵화’를 발언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향후 미북 대화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있는 발언이 나와야 한다”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등을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사표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이 같은 발언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내보이려면 헌법상의 ‘핵보유국’ 표현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사회주의헌법’ 서문에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명시한 바 있습니다.

김숙 전 주유엔대사는 “북한은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화하는 법령과 노동당 규약 등에 포함된 ‘핵보유국’ 지위를 삭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기존 비핵화 의사를 재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란 견해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은 향후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북 공동합의문에는 ‘후속 비핵화 논의를 이어간다’는 정도의 내용만 포함되면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지난 18일, 관훈토론회): 김정은이 갖고 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다 더 강하게 확인하고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수준에서 합의를 이룬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한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비핵화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며 “비핵화 관련 발표 내용이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비핵화와 관련된 발표는 구체적일 가능성이 낮다”며 “남북이 비핵화와 관련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논의와 함께 양국 차원에서 합의할 수 있는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특히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합의는 필수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적어도 지난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와 지난 2007년 발표된 ’10.4 남북정상선언’ 등 남북 간 합의에 명시돼 있는 상호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여전히 북한이 국지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이런 것을 막을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한데, ‘상호 도발 불용’ 원칙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남북 간 ‘종전선언’을 하고 휴전선 일대를 실질적인 비무장지대(DMZ)로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DMZ 내의 무장 병력, 화기, 전방초소 등 남북의 모든 병력과 군 시설을 철수시키자는 겁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평화협정과는 별개로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남북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것은 군사적 긴장 완화조치”라며 “종전선언도 남북 지도자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미국과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미·중의 ‘종전선언’을 추진하자는 의지 표명정도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전협정’을 대체하려는 논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숙 전 주유엔대사는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대신 ‘남북기본합의서’를 보강, 복원하는 방법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김 전 대사는 “65년동안 정전체제가 지속되면서 북한의 도발만 있었을 뿐 사실상 전쟁은 종료됐다”며 “남북 평화와 관련된 문제는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를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인정받아 유엔의 공식 문서로 등록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남북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계 발전을 위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관계를 항구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 하나의 중요한 CVID가 있습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의미하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velopment of inter-korea relationship)입니다. 남북이 10.4 선언 이후 다시 냉전의 시대로 회귀한 것은 남북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남북관계를 어떻게 다시 구축하느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양측이 우선적으로 합의해야 할 부분은 남북 정상회담의 정례화와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 인도주의적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조치에 저촉이 안 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 입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한국 내 전문가들의 제언을 전해드렸습니다. 청취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는 각 전문가들의 요지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남북 정상회담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명확한 CVID 의사가 나올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CVID 의지를 표명할 것인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남북관계 발전 의제와 관련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조치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주의적 문제, 사회·문화적 교류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다만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해 필요 이상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한국 정부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

김숙 전 주유엔대사

남북 정상회담 핵심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다. 경계해야 할 점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지를 선언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것이다. 아직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행동으로써 보여준 바는 아무것도 없다. 남북 간 평화협정도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자칫 비핵화와 연계될 경우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굳이 해야 한다면 상징성으로서의 ‘종전선언’이면 충분하다. 이미 남북 간에는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박정원 국민대 법과대학장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지만 남북은 현 시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이로써 민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한적이지만 교류협력과 관련한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영호 강원대 교수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하면 이번 정상회담은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을 남북 공동선언문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문제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정도의 문구가 들어가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동선언문에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다’라는 식의 비핵화 이행의 ‘주체’가 명시돼야 한다. 비핵화 주체로 김정은 위원장이 명시되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본다. 이 정도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한국의 대통령은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동맹과 한미공조체제를 기반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엇박자가 나는 결과가 나온다면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억류자, 북한 인권 문제 등 한국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과 미국에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종전선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10.4 정상선언에서의 ‘종전선언 추진’ 합의가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남북 공동선언문에는 남·북·미·중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한 의지표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 전에 남·북·미·중 정상이 한반도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선언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들을 어떤 식으로 처분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표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비핵화 외에 남북이 집중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것은 상호 군사적 도발을 중지한다는 내용의 의제일 것이다. 적어도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과거 남북합의서들에 명시돼 있는 상호불가침 약속을 재확인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완전하며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의미하는 CVID는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다. 하지만 또다른 중요한 CVID가 있다. 완전하며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남북관계 발전(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velopment of inter-korea relationship)이다. 남북관계는 지난 2007년 발표된 10.4 공동선언이 잘 이행됐다면 경제 공동체 수준까지 발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전체제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관계가 냉각된 것은 남북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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