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스페셜] 북 김주애 등장 1년…4대세습 후계자?
2023.11.17
![[RFA 스페셜] 북 김주애 등장 1년…4대세습 후계자? [RFA 스페셜] 북 김주애 등장 1년…4대세습 후계자?](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succession-11172023083018.html/@@images/1d98143d-85cf-45a5-9f14-8fe3171885d9.jpeg)
앵커: 2022년 11월 1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개 현장에 등장했습니다. 가족관계 공개를 극도로 꺼렸던 선대와 달리 김 총비서는 왜 10살된 딸을 전 세계에 공개했을까요? 그 이유와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배경에 대해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Chapter 1: 2022년 11월 18일 첫 등장
지난해 11월 18일 흰색 패딩점퍼를 입고 앳된 얼굴의 한 어린아이가 북한의 최고지도자 옆에 나타났습니다. 이날은 북한이 자랑하는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외부에 공개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주애를 전세계에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정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란 분석부터 후계자설까지 나왔습니다.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과 이민영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정책 분석관의 해석입니다.
이성윤: 아버지로서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표출시키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저 사람도 아들, 딸 가족을 아끼는 독재자이긴 하지만 우리도 한번 협상도 해볼 수 있어’, ‘설마 핵을 먼저 사용할 가능성은 없어, 가족이 죽을 수도 있는데 설마 그러겠어?’라는 인상을 심으려는 그런 의도라고 보고요.
이민영: 딸 김주애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데니스 로드먼으로부터 이미 공개가 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주애란 이름은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2013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부부와 딸을 만나면서 처음 외부세계에 그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크리스 볼로(데니스 로드먼 전 매니저): 우리는 2013년 9월 초 원산 별장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을 포함한 가족들과 일주일 정도를 함께 보냈습니다. 당시 우리는 그의 딸을 안아보고, 딸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준 첫 번째 사람들이었습니다.

Chapter 2: 후계자설의 근거 ‘군 밀착’ 행보
이날 공개된 사진이 김주애를 드러낸 첫 장면이었지만 마지막 장면은 아니었습니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18일 등장한 뒤 지금까지 총 16차례 등장했습니다. 지난 1년간 활동을 살펴보니 심상치 않았습니다. 군과 연관된 행사에 등장한 횟수는 15건으로 사실상 90% 이상입니다. 북한 인민군과 김주애를 밀착시켜 상징화한다는 주장을 가볍게 봐서는 안되는 점입니다.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한 김주애는 군장성들이 둘러싼 가운데 상석에 앉았고, 허리 꼿꼿이 세운 채 군 인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거수경례를 받는 모습도 연출됐습니다.
올해 9.9절 민방위 열병식에선 군부의 2인자인 당중앙위 군정지도부장 박정천이 한쪽 무릎 꿇은 채 김주애와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도 비춰졌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 실장은 지난달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영상인터뷰에서 “군사 지도자를 키우고 있다고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성장 실장: 김정일도 김정은을 군사 지도자로서 키웠죠. 스위스에서 유학하고 돌아오자마자 얼마 안 돼서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에 다니게 했고, 또 김정은 모습을 맨 처음에 드러낼 때 차지했던 직책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군대의 2인자 직책이었죠. 과거 마오쩌둥은 권력은 군부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이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김정은이 군부를 확고하게 자신의 딸이 장녀가 장악을 해야 이제 자기가 갑자기 쓰러진다 하더라도 권력 승계에 무리가 없다고 보고 이제 그런 선군 지도자를 키우려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고….
지난달 16일 워싱턴을 방문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RFA와 만나 이 주장에 힘을 보탰습니다.
태영호 의원: 최근에 변화되는 모습 이런 걸 보면서 그것이 기본인 것이 아니라 결국은 김주애를 비록 딸이지만 차후 북한의 포스트 김정은 시대의 지도자로 앉히려는 이런 후계 구도의 일환이다. 저는 이런 생각을 점점 더 굳혀가고 있습니다.

Chapter 3: 아들 존재 여부
북한은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남한보다 더 가부장적인 사회입니다. 그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 ‘아들은 없느냐’는 겁니다.
RFA가 직접 취재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 집권 직후 근거리에서 그를 지켜봤던 외국인들 모두 아들의 존재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RFA가 지난 5월 어렵게 통화한 김정은 학창시절 절친과 데니스 로드먼과 2013년 함께 방북해 김 총비서의 가족들을 만난 매니저도 아들의 존재 여부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아오 미카엘로: 2012년 당시 (김 총비서로부터) 아내가 임신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딸을 낳았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2013년 김주애를 안아봤던 데니스 로드먼 매니저 크리스 볼보씨도 아들의 징후는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크리스 볼로: 아들의 징후는 전혀 없어요. 아기는, (2013년 당시) 그의 딸은 막 태어났어요. 딸은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했습니다.
Chapter 4: 여성 독재자가 가능할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김여정 제1부부장을 두고 남자였다면 후계자로 삼았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남성우월주의가 강한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보수적인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란 분석도 나오지만, 태 의원과 정 실장은 김일성의 직계 가족을 이르는 ‘백두혈통’이 성별을 뛰어넘을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태영호: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이 대단히 지배적이었어요. 그러나 북한에서는 ‘남성만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여성은 될 수 없다’ 뭐 이런 이미지가 굳어져 왔지만, 김정은만 결심한다면 결국은 그 무엇도 가능한 이제 시스템이라는 점도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성장: 일반 여성과 백두혈통은 근본적으로 다르죠. 일반 주변의 여성을 보는 관점으로 김주애를 보려고 하면은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석 전 CIA 코리아임무센터 부국장보도 같은 의견입니다.
이용석: 남자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여성대통령이 있었고 현대 시대에 장벽이 깨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hapter 5: 4대 독재로 가는 길
김 총비서의 가족관계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알기 어렵습니다. CIA에서 북한 분석 업무를 맡았던 이민영 전 분석관은 이 문제는 자칫 정권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민영: 북한과 같은 폐쇄적인 정권에서는 (김씨 가문과 관련해서) 모든 것이 안보 문제입니다. 만약 그들의 자녀들이 누구인지 밝힌다면 다른 정보 관료들 사이에서 파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김정일과 그의 이복형제인 김평일 사이에서 각각 줄을 서는 북한 관리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녀들과 관련해서 비밀에 부치는 것은 북한 정권의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민영 전 분석관과 이용석 전 부국장보는 현재까지의 정보만으로 후계자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이민영: 김주애가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 매체에서 어떤 다른 징후들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세습을 지칭하는 언어나 다음 지도자로 임명된 특정 개인에 대한 것 말이죠. 아직 그런 징후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석: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고 속단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만약 딸에 대해 선전을 하는 것을 보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큰 지표가 될 것입니다.
김주애가 후계자냐 아니냐는 지켜볼 일입니다. 시간이 모든 걸 답해 줄 겁니다. 그러나 북한이 4대세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용석: 김정일은 후계자 수업을 오랫동안 받아왔습니다. 북한을 오랜 시간 미세 관리했습니다. 김정일이 상대적 적은 시간으로 김정은에게 권위를 물려줄 수 있었던 것은 '핵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다면 (3대 세습이) 불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기아와 빈곤을 겪는 상황에서 상당한 기술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지도자들에게 김씨 가문 정권에 대한 임대 계약을 갱신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4대 세습을 위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사이버 능력일까요? 핵잠수함일까요? 4대 세습을 위해서는 상당한 성과물이 필요할 것입니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어떤 것이 4대 세습을 가능하게 하는지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김주애가 군 관련 행사에 집중 등장했다는 점. 이외에도 기념 우표, 전용 백마까지 등장하고 존칭도 1년 사이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불린 점을 봤을 때 정말 후계자로 정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후계자가 되든 안되든 분명한 건 딸 김주애가 등장한 만큼 향후 북한 내부정치에서 역할을 할 거라는 점입니다.
또 후계구도는 북한에서도 큰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어 김주애의 등장은 북한 내부의 권력 다툼을 알리는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1년 전 화려하게 등장한 김주애가 아버지 김 총비서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우뚝 서기까지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은 ‘꽃길’보다는 ‘고행길’이 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