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NATO와 상황 달라...‘전술핵 배치’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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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나토(NATO), 즉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달리 한국 내 전술핵 배치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습니다. 핵을 제외한 전력 규모나 한국 내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이 17일 ‘한미동맹 70주년,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서울외교포럼 2023’ 토론회.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 내 전술핵 배치 주장이 현실적이지 않으며, 부작용까지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 및 부소장 등을 지낸 마이클 그린 시드니대 미국연구센터장은 이 자리에서 나토(NATO), 즉 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한국을 둘러싼 환경 간에는 차이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시드니대 미국연구센터장 :나토에 미국의 핵전력이 도입된 것은 주로 구 소련측, 바르샤바 조약기구 국가들이 재래식 전력에서 큰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대칭적 우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린 센터장은 한반도 내 전술핵 배치 외에도 한국이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다며, 최근 이뤄진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 등이 한반도에 전개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또 한미의 인공지능(AI)이나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역량은 북한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인 만큼 이 같은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아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신범철 전 한국 국방부 차관은 같은 자리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역 내 갈등을 우려했습니다.

신범철 전 한국 국방부 차관 :만약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에, 저는 현 단계에선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술핵무기를 배치한다고 하면 그 지역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소용돌이가 발생할 것입니다.

신 전 차관은 한국이 핵공격을 받는 경우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복하지 않는다면 동맹국들의 신뢰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습니다.

또 전술핵무기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전략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SLBM)의 효용이 더 클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전술핵 배치보다는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스스로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 측에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이 자리에서 한미동맹이 70주년을 맞아 오히려 더 새로워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공유하는 가치와 이해관계에 기반한 역내 동맹·파트너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김정은 정권은 광범위한 군사력 현대화를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는 동맹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중동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중인 상황에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동시에 다룰 역량을 갖고 있다면서, 막대한 안보 자산과 외교적 관여 능력이 다른 사안 때문에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성한 전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북핵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한미가 여기에서 북핵 문제를 분리하도록 중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통일에 최적의 환경은 미중이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관계를 유지하되, 미국이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