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트럼프, 완전히 달라진 김정은 맞이 할 것”
2024.11.15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기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친분을 강조해 앞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북핵 전문가는 트럼프 신임 행정부가 5년 전과 달라진 북한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2일 벤자민 영 랜드연구소 핵안보 연구원과 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영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중반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이 지난 5년 동안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헌법에 핵무기 교리를 명문화하면서 성과를 내는 것이 한층 어려워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고집하지 말고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핵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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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영 연구원과의 일문일답입니다.
[기자]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영 연구원] 저는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정부에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위기 같은 더 시급한 문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싱가포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아직 정산하지 못한 비즈니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러브레터'를 자주 교환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는 다시 좋아질 여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대화가 거의 없었고 외교적 돌파구도 없지만, 트럼프는 미국 정치와 북미 관계에서 매우 독특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문제가 트럼프 당선인의 우선순위가 아니지만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을까요?
[영 연구원] 우선순위는 아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된 지 1년이나 2년 후에는 김정은에게 편지를 다시 보내며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첫 90일 안에 트럼프의 주요 우선순위 중 하나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훨씬 더 시급한 문제들이 있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관점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와 대화를 원하고 있을까요?
[영 연구원] 현재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매우 긴밀해졌습니다. 현재 약 1만 명의 북한 병력이 러시아 측에서 우크라이나와 싸우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미관계에 새로운 변수를 더합니다. 또한, 북한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가속화하고 미사일 시스템을 고도화했으며, 핵 교리를 헌법에 명문화하기까지 했습니다. 북한은 2017년 ‘화염과 분노’로 상징되는 시기처럼 시작하지는 않겠지만 이 모든 것들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도전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봉쇄가 해제된 이후, 김정은은 러시아에 밀착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치적 유대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경을 처음 개방했을 때, 인도적 지원 단체나 서구 외교관이 아닌 러시아 관광객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러시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러시아 경제, 문화, 정치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기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기다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영 연구원] 북한 지도부의 심리나 세계관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도 대북 정책의 현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요구하는데, 이는 북한 입장에서는 애초에 협상의 여지가 없는 조건입니다. 또한, 북한은 트럼프 현상이 미국 정치에서 단순한 4년짜리 해프닝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현상인지 궁금했을 겁니다. 지금은 트럼프 현상이 계속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헌법상 3선 출마가 금지되기 때문에 다음 대선에는 출마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MAGA의 정신을 이어받을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할 것입니다. 이는 중국, 러시아, 북한과 같은 외부 도전에 대한 매우 다른 방식을 선호하는 새로운 공화당 외교 정책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기자] 연구원님은 칼럼에서 비핵화 협상은 이룰 수 없는 미국의 ‘헛된 꿈’이라고 하셨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비핵화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영 연구원] 북한은 약 40~60개, 많게는 8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헌법에 핵 보유를 명시했습니다. 이는 세계 최초로 핵무기를 헌법에 명문화한 사례입니다. 이는 그들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유엔 결의안과 국제법, NPT(핵확산금지조약) 규정을 따르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용어를 넘어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이 중국만큼이라도 좀 더 자유롭고 개혁적인 국가로 변화하거나, 김정일 사망 후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는 희망에 기댄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기근과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남아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비핵화 대신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군축협상이 필요할까요?
[영 연구원] 현실적으로 목표는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는 대신, 북한의 핵무기 수를 줄이고 안전 규정을 확립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현재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는 주한미군, 한국, 일본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큰 우려 사항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국가 붕괴 가능성도 낮다는 점을 인정하고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핵무기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협상을 이어가야 합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고집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또한 북한이 궁지에 몰리면 군사 장비를 다른 국가나 행위자에게 판매할 가능성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는 북한 핵문제가 단순히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핵 확산과 관련해 북한이 글로벌 행위자가 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과거 북한은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을 지원했으며, 이스라엘이 이를 파괴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란과의 군사 협력 역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과 이란 사이에 어떤 종류의 핵 협력이 이루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따라서 북한은 단순히 한국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가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위협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