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5% ‘통일 필요없어’…2007년 이후 최고치”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조사 이래 최저치,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률은 조사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조사 이래 최저치,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률은 조사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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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3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이 연구기관이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2일 학술회의에서 공개한 ‘2024 통일의식조사’ 결과.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5.0%로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중은 36.9%에 그치며,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통일 필요성에 대해 ‘반반/보통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28.1%를 차지했습니다.

‘통일의식’ 분야 발표에 나선 김범수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은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했다”며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률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응답은 조사 이래 최고치인 35%로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이런 추세가 아마도 1~2년 더 지속될 경우에 크로스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이 분단된 상태인 ‘현재대로가 좋다’는 응답은 31.2%로 조사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고, ‘여건이 성숙하기를 기다려 점진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5.6%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또 올해 조사에서 ‘통일이 한국에 이익이 될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43.0%에 그치며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고, ‘통일이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는 응답은 57.0%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통일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33.9%는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27.9%는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를 꼽았습니다.

한국인의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올해 26.5%를 나타내,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올해 조사 결과에서는 ‘북한 정권 신뢰도’ 등 대북인식 질의에 대해, 응답자 정치성향에 따라 차이를 나타냈던 과거와 달리 진보, 보수 간 격차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북인식’ 발표를 진행한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남북 ‘적대적 2국가’ 선언이 한국 진보층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기존 진보층의 경우 북한에 대해서 좀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북한의 '2국가 선언' 이후 진보층이 북한에 대해 신뢰를 거두었다, 기대를 거두었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조사에서 ‘탈북민을 친근하게 느낀다’는 비율은 17.5%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는데, 이에 대해 최은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이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즉 북한을 적대적 관계로 인식할수록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 선임연구원은 탈북민을 만나본 경험이 있을수록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이 높아지는 상관관계도 확인했다며, “언론 매체 등을 통해 탈북민과의 접촉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최은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만난 경험이 있었던 사람일수록 탈북민에 대해 친근감이 있고 탈북민 수용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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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4 통일의식조사’ 학술회의. /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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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술회의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통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북한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김택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배경지식이 높아질수록 통일 필요성, 통일 가능성 의식, 통일에 대한 관심 등 모든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북한 주민들의 삶과 북한 체제 실상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도 통일 인식 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대한 지식이 통일 필요성 인식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토론에 나선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정책적 함의가 매우 큰 발견”이라고 평가하며, “구체적 정책으로 발전시킬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