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한반도 상황변화와 별 상관 없어”

0:00 / 0:00

앵커: 최근 미국과 중국이 연내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미중관계의 개선은 미북 및 남북 간 관여의 추이를 좌우하는 주요 결정요인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지난 6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양국 수석 외교고문 회담을 갖고 연내에 화상 형식으로 미중 정상회담을 여는 데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중 간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에 대한 사안도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 논의될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국방장관실 선임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중 정상 간 의 대화에서 한반도가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지만, 이에 관해 양측의 중요한 새로운 제안이나 정책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엄 연구원은 "좋지 않은 미중관계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개선된 양국 관계가 반드시 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궁극적으로, 추후 미북관계 개선과 남북관계의 향방에 관한 주요 결정요인은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에 대한 요구에서 더 유연해지고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라며, 미중 간의 관계개선은 이같은 요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아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미중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는 하지만 단기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특별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이 연내에 미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해도 그것이 한반도 관련 상황에 어떤 여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키노 기자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북한 측에 먼저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며, 이같은 입장은 미중회담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또 내년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선거에 앞서 민주당원들을 결속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며 현 시점에 추진되는 미중회담 역시 중국에 대한 우려로 엇갈린 국내정치 상황을 먼저 안정화시키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평가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 담당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은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미중회담에서도 북한에 관한 기존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나아가 현재 정치적인 여유가 많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은 성과로 내세울만한 사안을 먼저 처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은 북한 문제를 현 시점에 적극 다루는 것은 자칫 그의 정치적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사안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입장은 북한의 조속한 제재완화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대한 열망과 매우 일치하고 있다"며 소위 미중관계가 개선되더라도 중국이 대북제재의 강화와 온전한 이행을 올바른 정책적 접근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