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희망하는 미 대선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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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길 바라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자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박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사항을 바탕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박사: 김 위원장은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는, 4년 간 더 권력을 갖게된 트럼프 대통령의 새 임기를 맞아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의 성과를 올리려 할 것입니다. (So I think rather than reset the playing field, Kim would like to pick up with Trump's 2nd term where he's got new authority for 4 years and say OK let's hammer home that Singapore deal.)

크로닌 박사는 오는 11월 개최되는 2020 미국 대통령 선거가 대북 정책에 주는 영향(The 2020 U.S. Presidential Election and Implications for NK Policy)에 관한 하버드대학 벨퍼센터가 6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자신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믿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주한미군 철수나 부분적 제재완화 등의 대가로 일부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협상을 다시 시도해보려 할 것이라고 크로닌 박사는 분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교착상태에 있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당혹감을 느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상대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그가 더 신중한(careful) 대북 정책을 취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반면, 스팀슨센터의 북한전문웹사이트 '38노스'의 제니 타운 부국장은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이후 더 이상 미국 등과의 관계 개선이 경제적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접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타운 부국장: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쾌를 기원하는 위로 전문을 보냈지만 1년 전과 같은 어조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발언하지 않습니다. 그는 또 (그의 경쟁상대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타운 부국장은 김 위원장은 자신이 기대했던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종전선언 등이 이뤄지지 않고 지난해 2월 베트남 즉 윁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 주민들의 사기 진작이나 경제 위기 극복 등 심각한 내부 문제들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수와 태풍 피해 복구 작업과 향후 경제 상황 악화에 대한 대비에 모든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를 마무리하며 발표한 결정서를 통해 미국 주도의 제재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이에 견딜 수 있는 자체적 힘을 키울 것을 강조했습니다.

타운 부국장은 '38노스' 웹사이트에서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밝힌 것처럼 미사일 시험 발사 준비 등 북한의 도발 징후는 없고, 과거 수 년 동안 관찰해 온 것과 비슷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복구 작업 등 경제 분야 이외에 북한이 재원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은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얻기 위해 선거 이전에 도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코로나19 등 국내 문제가 산재해 있는 미국의 관심을 북한 쪽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상당히 극적인 도발을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의 시작이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북한은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토콜라 부소장은 진단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선거 관련 여론 조사(polls)와 언론 보도 내용들을 알고 있고,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거에서 우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