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노넨 “‘빅딜 제안’ 미 협상력 높일 것”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9.03.04
big_deal_bolton_b 지난달 28일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확대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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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이른바 ‘빅딜 문서’를 건넸다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3일 미국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베트남 즉 윁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 등을 포함하는 ‘빅딜 문서’를 건넸다고 밝혔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의 경제발전을 대가로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와 마찬가지로 북한 측으로부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을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약을 요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The counter offer has been there from the beginning-- from- from the very first summit back in Singapore, which is if North Korea commits to complete denuclearization-- including its ballistic missile program and its 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 programs, the prospect of economic progress is there.)

볼턴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과 관련해, 과거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시설 사찰을 주도한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영변의 폐기와 더불어 다른 우라늄 농축과 핵무기 운반수단인 미사일 프로그램 등 북한의 다른 무기 프로그램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자우편에서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 혹은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실패한 것을 거울로 삼아 비핵화의 정확한 정의와 주한·주일 미군 문제 등에도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주제가 ‘완전한 군축(a full disarmament)’이 아니라 ‘비핵화(denuclearization)’였다고 해도 미국이 생화학 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거론하는 것은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밝혔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이 모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생화학 무기를 거론하는 것이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여전히 유효하고, 따라서 미국이 대북 제재 압박 정책을 추구하는 데 있어 생화학 무기에 대한 압박이 미국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의 의제가 무엇이었는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난 상황만을 가지고 논쟁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선 북한과의 협상 실패로 북한이 핵 무기 제조 능력을 갖게 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정상 간의 핵 협상 방식(top down approach)’의 성과를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지도자가 엄청난 정책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실무선의 준비를 거쳐 목표를 향해 분명히 협상해 나간다면 이전과는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Robert Gallucci) 전 북핵 특사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려면 지금 현재 생화학 무기까지 협상의 의제로 내놓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I find it hard to believe that if we really hope to prevent North Korea from maintaining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to deliver them, that the best way to persuade the North to give them up is to add 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 to the list of weapons we wish to address right now.)

한편, 볼턴 보좌관이 밝힌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강력한 비핵화 요구와는 대조적으로 하노이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미북 외교적 협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미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 군 전문가들의 올바른 조언에 따른 결정이길 바란다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고비용 때문에 중단한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훈련은 군의 대비태세에 매우 중요합니다.

대규모 훈련으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부대 단위 연합 훈련을 실시해 대비태세를 유지한다는 군 당국의 구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는 4일 훈련 중단이 장기화될수록 ‘대비태세’는 물론 ‘주한미군 주둔’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자신의 사회 연결망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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