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미북협상 결렬은 권한없는 북 대표 탓”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1.07.14
“비건, 미북협상 결렬은 권한없는 북 대표 탓” 2019년 1월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김영철 당시 북한 통일선전부장이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

앵커: 미국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당시 있었던 미북 실무회담 관련 비화를 털어놨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비건 전 대북특별대표는 2019년 베트남, 즉 윁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패 원인으로 실무회담에 참여한 북한 측 실무진들의 협상권한 부족을 꼽았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는14일, 비건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건 전 대표가 참여했던 싱가포르와 하노이, 그리고 스톡홀름 미북 실무회담의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비건 대표는 미북 정상회담의 실패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실질적인 협상권한이 없는 북한 측 실무진 때문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비건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때 김영철 당시 통일선전부장이 실무협상의 북한 측 책임자로 나섰지만 그에게 협상권한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당시에도 미북정상이 채택한 성명에 담긴 세부 목표의 시행방법을 논의해야 했지만 북한 측 대화 상대는 다음 단계를 논의할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비건 전 대표: 우리는 부처 간 합의한 것과 100% 일치하는 문서를 북한 실무진에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은 결정은 커녕 그것들을 토론할 권한조차 없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총비서는 실무협상 담당부서를 통일선전부에서 외무성으로 이관했지만 이조차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고 비건 전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재임 기간 북한 관리들과 8차례에 걸쳐 ‘상당히 의미 있는’ 회담을 가졌지만 회의가 끝난 후 의사소통의 공백이 너무 길어 ‘단 한명의 협상 상대와도 지속적인 교류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의 강점은 지도자의 지시가 즉각 실행되는 것이었지만 실무진의 ‘유연성 부족’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전 대표는, 북한은 전쟁을 피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낮은 기준(low bar)’을 넘어서는 것에만 머물러 있다며, 북한이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미국의 마크 배리(Mark Barry) 국제세계평화학술지 편집장은 14일 전자우편을 통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의 말이 맞다”면서 “북한은 외교협상 경험이 없는 김영철을 내세웠고 미국은 협상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한 상대와 협상할 수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에 미국도 협상 결렬에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 측은 비건 전 대표의 이번 인터뷰 내용에 대한 논평 요청에 14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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