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조건부ㆍ한시적 미국 전술핵 재배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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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문재인 전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홍현익 전 원장은 한국에 미국 전술핵의 조건부ㆍ한시적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홍걸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 동북아평화미래포럼이 5일 국회에서 ‘핵무장국 북한을 대하는 진보와 보수의 새 접근’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홍현익 전 원장은 이날 발제에서 “한국의 진보정치는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명확한 대안이 없으며 한국의 보수정치는 국가안보만 생각할 뿐 평화를 가져오려는 생각을 안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홍 전 원장은 또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게 북한의 공격이 있을 경우 보복할 것을 약속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로 미국 국민 수십만 명의 생명이 직접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미국의 약속도 믿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홍 전 원장은 “약 5년 전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한 조치를 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전술핵의 조건부ㆍ한시적 재배치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에서 ‘조건부’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한국에 재배치된 전술핵을 재철수시킨다는 의미이며 ‘한시적’이란 전술핵의 영구 배치가 아닌 잠정 배치를 뜻한다고 홍 전 원장은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남북이 1991년 합의했지만 북한은 이미 파기한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의 효력을 북한의 핵 폐기까지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동시에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농축, 재처리 분야에서 일본 수준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홍 전 원장은 미국 정부가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 공격을 감행하면 자동적으로 상응한 핵 보복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한미 핵안보조약을 체결하고 미 의회가 이를 비준한다면 보다 확실한 대북 핵 억지책이 되겠지만 이것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5년 전부터 제가 가진 생각이 무엇이냐면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부득이한 조치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조건부ㆍ한시적으로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된다고 봅니다.

또다른 발제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의 핵우산 약속에 대해 “유사시 미국은 한국을 돕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또 얼마나 길게 도와줄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남북 간 핵균형이 이뤄질 때 안정적인 평화가 온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핵무장, 전단계로서 핵 잠재력 확보의 길을 제시했습니다.

정 실장은 미국이 과거 핵 실험을 단행한 인도, 파키스탄에 대해 짧은 기간의 제재를 진행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감안할 때 미국이 (핵 보유에 나선) 한국에 전면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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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또다른 발제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의 모습. / RFA PHOTO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모든 옵션을 다 열어놓고 우리가 생각해야 되는데 핵 보유의 방향으로 중장기적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 전 단계로서 우리가 최소한 핵 잠재력 확보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론에 나선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자 회담에 참가했던 국가(미국, 러시아, 중국, 북한, 한국, 일본) 중 현재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라며 한국ㆍ일본을 포함한 6자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상호확증파괴란 핵을 보유한 적국이 선제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핵 전력을 통해 적국을 보복 전멸시킨다는 ‘공포의 균형’을 통해 핵 전쟁을 억제한다는 개념입니다.

이백순 전 호주(오스트랄리아) 대사는 “핵무장으로 바로 가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며 우선 일본 수준으로 핵 잠재력을 높일 것을 제언했고 미국의 국방비 절감 가능성 등 미국에 대한 설득 논리를 개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다만 김상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신중론을 펼쳤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 추진은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가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을 신뢰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한지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전시작전권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 등이 가능할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김상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국가가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을 신뢰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국회 동북아평화미래포럼 대표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과거처럼 감상적 통일론이 통하지 않고 미국에게 세계 경찰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