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의 북한 풍향계] “북 ‘새로운길’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도전요인”

서울-김은지 kime@rfa.org
2020-05-2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정면돌파전' 사상을 담은 선전화.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정면돌파전' 사상을 담은 선전화.
/연합뉴스

앵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국내적 요인과 코로나19,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로 촉발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 내에선 남북 협력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관건은 북한의 호응입니다. 핵 능력을 고도화한 북한이 국가생존전략으로 내건 정면돌파전은 문재인 정부의 비핵평화구축 노력에 도전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인데요. 북한의 전략적 인식이 변화되지 않는 한 한국 정부의 ‘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 노선의 추동력은 언제든 약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북한 현안을 분석, 전망하는 ‘김은지의 북한 풍향계’입니다.

올 한해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한국 문재인 대통령. 집권 4년 차를 맞아 남북관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멈춰선 비핵평화구축 논의를 재가동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엔 미중 전략경쟁과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각국의 국내정치 변수가 비핵평화논의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정세변화를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평갑니다.

시간을 더 지체할 경우 비핵화 협상의 ‘골든 타임’,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형 한국 국립외교원장: 미국이 자력갱생 노선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카드를 가져오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으로,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북한은 그렇게 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는 미 대선이 올 초에 있었다면 시간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인데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조금 빨라지겠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테고 내년까지 넘어갈 가능성이 크죠. 한국 정부로선 문 대통령의 임기 말에 해당하는 만큼 남은 시간이 적기 때문에 미 대선까지 기다리는 방식은 하지 않을 거라 봅니다. 한국이 일단 반보 혹은 한 보 먼저 움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 한국 정부의 중재로 이뤄진 미북 비핵화 협상은 현재 답보 상태입니다. 북한의 비핵화 결단은커녕 오히려 핵 보유 의지만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은 꾸준히 증강됐습니다.

미북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관계 진전을 끌어내려는 선순환 전략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문재인 정부로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15일 한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함으로써 강력한 ‘입법 동력’도 마련된 상탭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신형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가 진정되는대로 보건 협력을 비롯한 남북 교류 협력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내에선 코로나 위기가 역설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코로나 방역 성공을 토대로 한 한국 정부의 이른바 ‘K방역’이 제재로 인해 운신의 폭이 제한된 남북협력의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섭니다.

윤영관 전 한국 외교부 장관(5/8 최종현학술원 학술회의): 국제정치 환경이 험하고 불확실성이 클 때 한국은 한반도 차원에서 나름대로 실속을 챙겨야합니다. 따라서 상호 실용적이고 실리적인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증진해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남북 사람들간의 끌어당기는 힘, 구심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경협이 가장 중요한데 대북제재로 인해 어려움 있는게 현실입니다. 한국 정부의 ‘K방역’ 성공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미국이나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대북 보건의료 협력의 타당성을 설득하고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강도 제재에다 코로나 사태로 가중된 경제난은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 배제전략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정책 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과 국제사회와의 조율입니다.

북한은 현재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견지해 온 대남 무시 전략에 입각해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북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에 대한 불신이 결정적 요인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당초 북한은 한국 정부를 이용해 미국과 협상하고 협상 국면이 조성되면 비핵화 카드를 통해 제재를 완화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계획이 이뤄지지 않았죠. 결국 북한은 경제성장을 막고 있는 제재의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한국과 아무리 협력해 봐야 제재라는 장벽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 초 코로나 사태로 내부 안정에 주력해온 북한은 최근 중국, 러시아와의 친서 외교를 재개해 경제 정상화를 위한 행보를 꾀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선 여전히 냉담한 모습입니다.

문제는 미국과의 협상 교착국면이 지속되는 한 북한의 대남 행보 역시 경직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북한으로선 핵 협상 답보로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한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천영우 전 한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의 경우 현 국면에서 자신의 ‘전략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 정책 자산을 투입해가면서까지 남북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핵 능력을 고도화한 김정은 정권이 국가생존전략으로 내건 정면돌파전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도전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면돌파전을 통해 자력갱생을 토대로 한 핵 억제력 강화 방침을 밝혔습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거부한 채 사실상 고립주의적 정책 방향을 천명한 겁니다. 한국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미국의 셈법 전환을 요구해온 북한은 결국 지난해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 유예 중단을 시사하며 ‘충격적 실제 행동’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이로써 대선 국면의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새판짜기’ 즉 전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 또한 커졌습니다. 코로나 국면에서 한국을 향한 저강도 도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 남북협력을 우선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접근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윱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잇단 대화 제의는 자칫 대북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향후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고립 타개와 경제적 실리 획득 차원에서 대남 대화에 나서더라도 정면돌파전 달성을 위한 전술적 차원의 변화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약한 고리’인 한국을 이용해 제재 전선을 이완하고 한미 간 균열을 꾀하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곧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온 문재인 정부가 향후 미북 양측으로부터 ‘한미동맹과 제재 준수’와 ‘합의 이행’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재 워싱턴은 제재 유용론에 입각해 대북제재의 조기 해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하노이회담을 통해 미국은 제재로 인한 북한 지도부의 대내적 고민을 파악하고 ‘기다리는 전략’이 북핵 협상에 유리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측면에서 한국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구상은 한미 간 정책 엇박자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개별 관광의 경우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제재 위반 여부를 떠나 제재를 통해 비핵화를 견인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 언제든 ‘남북관계 속도 조절론’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김숙 전 유엔주재 한국대사: 북한이 현재 미국을 향해 적대정책 포기와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제공하는 조그만 경제적인 인센티브로서의 ‘당근’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에 당근을 제공하는 데 대해 인색해선 안되겠지만 자칫 잘못할 경우 당근의 효과도 떨어지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제재 기조가 약화되고 원칙이 무너져 오히려 북한의 논리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남북 협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남북 협력은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면돌파전 관철을 위한 북한의 군사 행보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신종무기 4종 세트를 잇달아 발사했습니다.

한국 내에선 북한이 핵을 지렛대로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자신들의 ‘군사적 권리’로 만들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남성욱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북한은 현재 당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밝힌 ‘정면돌파’가 신무기 개발로만 가능하다는 전략에 따라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다양한 탄도 비행 시험을 통해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한국을 향한 북한의 일상적 무력시위는 개별관광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 무력과 재래식 군사위협이 과거보다 커진 상황에서 자칫 북한의 전략적 오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섭니다.

결국 북한의 이 같은 전략적 인식이 변화되지 않는 한 한국 정부의 ‘선 신뢰 구축, 후 비핵화’ 노선의 추동력은 언제든 약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회복해 미북관계를 추동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전략 구상 역시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의 경우 남북 양자 차원의 문제를 넘어 강대국들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사안인 만큼 한반도 안보환경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에 기초해 긴 호흡으로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성한 전 한국 외교부 차관: 미 대선 변수, 국제질서의 변화 가능성.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등으로 인해 향후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현재와 같은 상황을 지속하기 힘든 국면이기 때문에 지금 (한국 정부가) 낭만적인 관점에서 남북협력을 추구하기보다는 전략적 우선순위를 잘 책정해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검증 가능한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 평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며 한미 간 전략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을 비핵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정교한 비핵화 로드맵(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은지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