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RFA 10대 뉴스⑧] 불법 환적 난무…옥죄는 제재망

워싱턴-지예원 jiy@rfa.org
2019.12.28
ship_transfer-620.jpg 사진은 동중국해에서 북한이 석유제품을 불법환적하는 모습.
사진-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앵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9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 ‘10대 뉴스’의 여덟 번째 시간은 지예원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먼저 준비해온 자료부터 들어보시죠.

앵커: 오늘 주제는 올해도 활개를 친 북한의 불법 선박 대 선박 환적을 비롯한 북한의 제재회피 실태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입니다. 먼저,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 실태를 살펴보죠. 올 한해에도 북한 선박들이 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통해 석유 및 석탄을 밀거래하는 현장이 끊임없이 포착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의 불법적인 해상 환적은 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로 거래가 막힌 정제유를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최근 사례로는 일본 외무성이 지난달 26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국적 유조선 ‘무봉 1’호가 국적 불명의 선박과 호스로 유류 추정 화물을 환적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현장 사진을 공개하고 유엔에 보고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3월과 6월에도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의 불법 환적 의심현장을 포착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통보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지난 9월 공개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기국 등록이 취소된 ‘뉴레전트’호, 베트남 국적의 ‘비엣틴 1’호, 옛 시에라리온 국적의 ‘센린 1’호 등이 제재회피의 중심항구인 북한 남포항에 직접 석유 정제품을 공급했습니다. 또한,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 6월 북한 선박인 ‘태양’호가 남포항 인근 송림항에서 지난 5월 북한산 석탄을 선적한 후 베트남(윁남) 통킹만 해역에서 불법 환적을 저질렀으며, 이때 선적 가능한 석탄 물량이 160만 달러에 달했다고 추산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이러한 불법 해상 환적 소식이 계속 들리는 것도 문제지만, 유엔 대북제재를 회피하려는 북한의 수법 또한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새롭게 나타난 제재회피 수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일단, 북한의 기존 수법을 살펴보면, 북한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작동하지 않은 채 운항하거나 국제해사기구(IMO)의 고유 식별번호가 없는 작은 선박을 이용했습니다. 변칙항로, 해상배회, 서류조작, 야간 환적 등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와 관련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조정관을 지낸 휴 그리피스(Hugh Griffiths)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그리피스 전 조정관: 가장 큰 문제는 불법행위를 하는 북한 선박들이 등록국가를 위장하여 국제사회의 추적을 피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정유제품을 비롯한 유엔이 금지한 물품을 옮겨 실을 선박을 북한배가 아닌 제3국의 배로 위장합니다. 흔히 ‘flag of convenience states’라고 하는데, 국제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선박을 등록하고 그 나라의 국기를 달고 불법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올해는 이보다 더 정교하고 대범해진 수법을 보여줬는데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외국 국기를 달고 있는 선박들이 북한에 직접 석유 정제품을 실어 나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성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소형 선박인 ‘피더선’(feeder vessel)을 동원하는가 하면, ‘피더선’을 마치 고깃배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수법도 활용했습니다.

앵커: 올 한해도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이 난무한 가운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특히, 미국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를 받은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해 전격 압류조치를 취했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이 보유한 최대 규모 화물선 중 하나인 1만 7천톤급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지난 4월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됐습니다. 대북제재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 2만 5천톤 가량과 중장비를 싣고 있었는데요. 미국 법무부는 지난 5월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몰수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위해 이 선박에 대한 압류조치를 취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전방위적으로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적인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지난 5월 21일 유엔 뉴욕본부에서 가진 이례적인 기자회견 당시 발언을 직접 들어보시죠.

김성 대사: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공화국의 자산이자, 우리의 주권이 완전히 행사되는 영역입니다. 화물선 압류를 법적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국내법은 분명히 불법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를 부과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일방적 제재와 이를 제3국의 주권에 적용하는 것은 국제법에서는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유엔 안보리에 의해 결정된 대로 국제적 제재는 유지되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면서도 북한과 외교적 협상을 하는데 여전히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북한의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자산을 공식 몰수한 첫 번째 사례이자, 압류된 북한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최초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교묘히 회피하는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로 해석되는데요. 또 하나 주목된 점은 오토 웜비어 가족들이 매각 금액을 받게 된 것이죠?

기자: 네, 맞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비공개 경매를 진행했었고, 이로부터 한달 후인 9월 12일에 매각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이로써, 이 선박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었던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에게 매각 금액이 돌아가게 됐습니다. 오토 웜비어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 상태로 돌아온 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으로, 유가족이 지난해 10월 북한 정부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금과 위자료 등 명목으로 11억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했었죠. 이후,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10월 북한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공식 몰수해도 좋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앵커: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강력한 대응 외에도, 재무부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과 관련한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었죠? 국무부는 북한의 불법 활동 제보에 포상금도 내걸었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먼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3월 올 들어 처음으로 대북제재를 단행하면서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습니다. 당시 보도를 들어보시죠.

RFA 보도(3월 21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21일 중국 해운회사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사와 랴오닝 단싱 국제화물사를 제재 명단에 포함한다고 밝혔습니다.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해운회사들이 북한과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해 금지품목의 북한 내 반입이나 불법 수출을 지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재무부는 이날 북한 선박과의 불법적인 정제유 환적이나 북한산 석탄 수출 등에 연류된 67개의 선박을 무더기로 추가한 ‘국제 운송 주의보’(Global Shipping Advisory)를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지난 8월 30일 정제유 제품에 대한 대북 불법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 해운사 2곳, 홍콩 해운사 1곳을 제재명단에 올렸습니다.

한편, 국무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북한산 석탄의 운송과 거래, 그리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북한으로 운송되는 석유 제품과 관련한 정보 등 불법 해상 환적에 대한 신고를 강조하면서, 정보 제공자에게 미화 500만 달러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알렸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 단속은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의 긴밀한 공조와 일치된 대응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불법 환적의 상당 부분이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선박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중국이 이러한 불법 해상 환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단속, 적발하는 것이 관건인데, 올 한해 중국의 협력이 잘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까?

기자: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찬성한 만큼 중국 영해에서 이루어지는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 단속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패트릭 새너핸 당시 국방장관 대행은 중국의 웨이펑허 국방부장에게 중국 영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불법 환적 증거 사진을 모은 사진첩을 선물했습니다. 북한의 불법 환적 억제를 위한 미중 간 협력 강화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협력을 견인하기 위한 차원이었죠.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랜달 슈라이버 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도 북한의 불법 환적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여러 계기 지속적으로 촉구했습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슈라이버 전 차관보(10월 1일): 우리는 중국과 대북제재에 대해 협력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중국 선박이 제재를 이행하기 보다는 오히려 제재를 이행하려는 우리 군을 뒤쫓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이 방향을 바꿔 제재이행을 좀 더 잘하길 희망합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이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일부를 완화하는 결의안 초안을 러시아와 함께 제출하는 한편,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 단속에도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북한의 석유 및 석탄 밀거래 수단으로서의 불법 선박 대 선박 환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네, 지예원 기자 잘 들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2019년 10대 뉴스 8편 ‘불법 환적 난무…옥죄는 제재망’편을 마침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제재로 막힌 돈줄 해킹으로 뚫는다’ 편을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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