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영변 경수로 가동 정황에 “핵 강압전략 강화”
2023.12.27
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영변 내 경수로가 시운전에 돌입한 정황이 나타난 것에 대해 핵 강압전략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내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영변 내 실험용 경수로를 완공해 시운전에 들어간 정황이 나타난 것과 관련해 북한이 한미에 대한 “핵 강압전략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통화에서 경수로는 기존 영변에서 운영하는 원자로인 5메가와트(MW) 흑연 감속로보다 플루토늄 추출에 유리하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수로 용량이 기존 흑연 감속로의 6배(30메가와트급)에 달하고 기술 발전으로 인해 경수로에서도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경수로가 정상가동될 경우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한미를 압박하는 핵 강압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핵을 인정받고 핵 군축 협상으로 가겠다는 의도를 확실히 한 것이 최근의 북한의 전략이기 때문에 이것을 위해서 핵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한미를 압박하는 핵 강압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겠죠.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경수로를 정상가동하고 플루토늄을 추출하기까지는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목표가 핵 강압, 핵 군축협상에 있다고 분석하며 “북한은 전술핵을 완성했다는 모습을 외부에 보이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양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북한이 내년 하반기 중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북한의 영변 경수로가 정상가동에 들어갈 경우 기존에 제시했던 북한의 미래 핵무기 보유량 예측치를 높여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정책연구소인 랜드연구소는 지난 8월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북한이 2030년까지 최대 3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양욱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은 일단 전술핵을 갖췄다는 외향을 보이고 싶어하는 거예요. 당연히 핵실험을 할 거예요. 내년 하반기 정도라고 일단 예상하고 있습니다.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고 할까요. 너무 좀 여유로운 것 같고 제가 볼 때는 사실 워싱턴 선언 정도만 갖고도 안 되는 상황이 올 거예요.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영변 내 경수로 가동의 목적은 핵물질 추가 생산에 있다며 핵무기 고도화를 위한 북한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 사무국장도 내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지만 그 이유는 전술핵 등 기술 발전보다는 긴장 고조를 위한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이행될 시기는 갱도 내 습기가 낮은 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그쪽(영변 경수로)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지 아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전기생산이 아니라 핵 무기화에 더 가까운 성격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스케줄대로 계속 진행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이 이제 긴장 고조 차원에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죠.
북한이 이번 영변 경수로 시운전 정황을 의도적으로 노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은 이미 (핵물질 생산에 있어) 플루토늄 방식에서 농축 우라늄 방식으로 이동했다”며 “영변 가동은 이제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는 상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내년 미국 대선 전 한미를 압박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며 현재 북한의 목표는 지난 2017년과 같이 긴장을 고도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일부러 노출시켰을 거예요. ‘본격 생산’이라는 상징을 가지는 것이고요. 2018년에 싱가포르 국면 같은 것을 혹시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만들겠다는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이 되더라도 자신감을 상실시켜서 협상 쪽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이야기예요.
한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이사회에서 10월 중순 이후 북한 영변에 있는 경수로 냉각 시스템에서 많은 양의 배수가 관측되는 등 활동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4일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핵물질 생산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핵시설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목용재,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