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청년세대, ‘당’보다 ‘나’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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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청년세대는 '당'이나 '국가원수'보다 '나'를 중시하는 등 북한 기성세대와 차별화되는 특징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이 29일 발표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청년들’ 보고서.

보고서는 북한에서 태어나 성장한 20대, 30대 탈북민 청년 17명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기성세대와 차별화되는 북한 청년들의 네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개인의 삶과 미래의 진로는 더 이상 국가가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개인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인식입니다.

보고서는 북한 청년세대가 성장하던 시기 배급제가 붕괴되며 ‘사회주의 대가정’ 신화가 무너졌고, 가족과 개인이 주민들의 생존을 책임지는 역할을 국가 대신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학교교육으로 진로를 정하고 직업을 배치하던 국가의 능력이 약화되며 어떤 일을 하고 생계를 영위할지 결정하는 것이 가족과 청년들 스스로의 과업이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기성세대와 다른 북한 청년세대의 두 번째 특징은 국가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보고서는 북한 청년세대가 국가에 무조건적으로 헌신하는 대신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복종하고 이는 때로는 형식적인 복종에 그친다며 당, 원수보다 “내 몸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세대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가 밝힌 북한 청년세대의 세 번째 특징은 ‘이동성의 증가’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청년세대는 자신을 속박하는 국가의 이동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외부문화나 정보를 손쉽게 받아들이면서 직업상 새로운 기회를 열기도 합니다.

보고서가 제시한 마지막 특징은 북한 청년들이 합법과 불법 사이 회색지대에서 자신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열어간다는 점입니다.

보고서는 연구에서 만난 청년들 대다수가 북한에 있을 때 공식 또는 비공식 시장경제영역에서 활동했는데, 이들이 공식ㆍ비공식이라는 구분에 얽매이지 않은 채 두 영역을 오가며 생존을 도모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청년세대에게 당국의 단속에 걸리지 않고 비법행위를 하는 것은 일종의 능력으로도 간주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북한 청년세대의 특징이 예기치 못한 외부적 상황이나 사회적 변동 발생 시 체제 변동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다방면에서 북한 청년세대의 다양한 실천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가권력의 통제로 인해 정치체제 변동보다는 북한 체제 재생산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밖에 보고서는 2000년대 전후 CD, USB, SD카드를 통해 확산된 한국 드라마 등의 영상물이 북한 청년들의 성에 대한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20대, 30대 청년들이 ‘로맨틱한’ 연애문화에 공감하고 다양한 표현방식을 모방하며 새로운 청년 문화를 재구성하고 있다며, 김정은 집권 이후 강화된 단속도 이러한 경향을 역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박영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북한 청년들의 개인 발전, 자유에 대한 높은 의지와 함께 국가 통제와 규율에 대한 거부감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청년세대에게 차별화된 특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제 재생산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 박 선임연구위원은 일상 중 불만을 가져도 결정적 시기에는 오랜 시간 군에서 생활하며 국가와 자신을 일체화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는 지난해 3월 CIA 월드 팩트북에서 북한 남녀는 17세쯤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병역기간은 남성이 최장 10년, 여성이 최장 8년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영자 선임연구위원의 말입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북한 청년층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군대입니다. 다수들에게는 이미 국가와 자기를 일체화하는 심성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국가의 정책이 불만이고 자기를 통제하는 간부들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결정적인 시기에는 국가와 자신을 일체화하는 특성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와 함께 박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청년들 가운데 이른바 ‘만경대 가문’ 등 상위층 소속 청년들은, 중위층ㆍ중하위층 청년들 등과 달리, ‘국가와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이 강하다며 북한 청년세대 안에서도 이질적 특성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택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지난해 8월 학술저널 ‘현대북한연구’에 발표한 ‘북한의 젊은세대 내 이질성에 관한 연구’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10년 간 진행한 탈북민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적 지위ㆍ혜택을 누리는 경우 ‘개인주의’, ‘한국’에 대해 더 부정적 태도를 갖는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원은 해당 연구에서 북한의 젊은세대 중 여성일수록 ‘개인주의’,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을 갖고,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자본주의’,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도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이번 ‘김정은 시대 북한의 청년들’ 보고서의 연구책임자는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며 공동연구자는 박영자 선임연구위원, 이희영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최은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