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북한] 청진시 유원지 개발… 관광객 유치용?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3.09.28
[줌인 북한] 청진시 유원지 개발… 관광객 유치용?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미국의 상업위성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청년공원 아래에 있던 낡은 건물들이 철거되고 유원지 공원과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 (좌) 구글어스, (우) Planet Labs (해상도 0.5m) , 이미지 제작 – 정성학

[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가 최근 바뀌고 있습니다. 청진청년공원 인근 낡은 건물 백수십여 채를 철거하고, 대규모 유원지 공원을 조성 중인데요. 공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청진청년공원 인근에 특산물 식당과 극장이 있고, 공원 안에 승마 주로를 새로 조성한 점, 또 넓은 부지에 낡은 건물을 헐어내고 유원지 공원을 조성하는 점 등을 연결 지어 볼 때,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청진청년공원 인근 해수욕장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 해수욕을 즐기는 평범한 북한 주민의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청진시에 낡은 건물 허물고, 대규모 유원지 조성   

 

  • 정성학 연구위원님.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함경북도 청진시 청년공원이 승마장으로 변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작년 여름부터 북한 당국이 호숫가를 따라 긴 승마 주로를 닦고, 훈련장을 지으면서 주민들의 휴식 공간을 빼앗았다는 건데요. 위성사진으로 다시 한번 짚어주시겠습니까?

 

[정성학] . 보도 내용에 따르면 함경북도 청진시 청년공원에 승마장이 조성된 때가 2022년입니다. 공원 중심에 있는 호숫가를 따라 승마 주로를 닦고 실내 훈련장을 만들었다는 건데요. 위성사진을 살펴보니 20221월까지만 해도 큰 변화가 없다가 같은 해 8월 사진에는 승마 주로가 뚜렷이 식별됩니다. 1월과 8월 사이에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919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자세히 분석해 보니 청년공원 호수를 끼고 돌면서 8m의 폭에 길이 1.2km로 승마 주로가 조성된 것이 파악됐습니다. 또 청년공원 북쪽으로 전에는 없던 막사 같은 건물이 생겼는데요. 승마장과 관련된 건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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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청년공원에 호수를 끼고 외곽으로 돌면서 폭 8m, 길이 1.2km로 승마장 주로가 조성됐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승마 사랑에 따라 북한 주요 군부대에 승마장을 조성했는데, 민간 영역으로까지 일부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 Planet Labs (해상도 0.5m)

 

  • 이전에도 연구위원님과 함께 북한에 불고 있는 승마장 건설 열풍을 조명한 바 있는데요. 당시에는 군부대 내에 지어졌거든요. 점점 민간 영역으로 승마장이 확산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청년공원을 중심으로 유원지 공원을 크게 확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요?

 

[정성학] . 청진시 청년공원 아래에 유원지 공원이 있는데, 이곳이 크게 확장됐습니다. 지난 920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청진 청년공원과 3D극장 사이 좌측에 있는 유원지를 이어서 확장한 건데요. 이미 작년 10월경에 약 4.5헥타르(13천 평) 면적만큼 새로 생긴 겁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바닥과 공원 안 구조물 등을 멋지게 꾸며놓았고요. 주변에도 한창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또 청진청년공원과 청진제강소 사이에 있던 크고 작은 건물 백 수십 동이 모두 철거됐고, 새 건물도 많이 들어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청진 청년공원 인근에 유원지를 새로 확장해 조성한 이유는 뭐라 할 수 있을까요?

 

[정성학] 이곳 유원지 조성 공사에 대한 보도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제 견해로는 인근에 특산물 식당과 극장이 있고, 청진청년공원에 승마 주로를 새로 조성한 점, 또 넓은 부지에 낡은 건물을 헐어내고 새 건물을 지은 점 등을 연결 지어 볼 때,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단지를 조성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청진청년공원 아래에 경성 단고기집과 청진 갈매기각이 있는데, 특히 청진갈매기각은 함경북도의 특산물인 대게찜 등 수산물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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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이후 청진청년공원 인근 해수욕장에 수천 명으로 추산되는 인파가 몰렸다. 이동통제가 완화되면서 주민들이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운집한 것으로 보인다. / 구글어스, 이미지 제작 – 정성학

 

해수욕장에 수천 명 인파관광지 개발 가능성   

 

  •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지난해 여름 청진청년공원 인근 해수욕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정성학] 맞습니다. 진청년공원 100m 아래쪽 동해안에 해수욕장이 있는데, 2022820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약 30m 폭의 모래사장과 해변을 따라 여러 색상의 사각형 해가림막이 약 400개가 길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길이가 540m 정도 되고요. 사람으로 추정되는 하얀 점들이 백사장 일대와 해변을 따라 몰려 있는데, 대략 4~5천 명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보통 8 20일이면 절기상 한여름을 지나 아침저녁으로 가을 느낌이 스며드는 시기인데, 이곳 해수욕장은 가는 여름이 아쉬운 듯 많은 인파가 몰린 것 같습니다.

 

  • 북한 주민들이 즐겁게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데요. 많은 인파가 모인 걸로 봐서 이미 지난해부터 코로나에 대한 우려는 없어진 것 같습니다.

 

[정성학] . 2019년에 발병한 코로나가 이듬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북한은 백신 접종 없이 주민들의 이동통제와 국경봉쇄로 맞서면서 확진자가 없는 청정구역임을 자랑해 왔습니다. 심지어 국제사회가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제안마저 거부했는데요. 그러다가 2022 5월에 첫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바로 3개월여 만인 8 10일에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게 됩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지난해 8 21일 함북 청진 해수욕장에 많은 인파가 운집한 것은 코로나비루스의 종식 선언과 함께 이동 통제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억눌려 왔던 북한 주민들이 바닷가로 몰려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이면 아직 코로나비루스가 사실상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집단 감염 사태는 없었는지 우려와 궁금증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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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의 모래사장 위에 수많은 사각형 그늘막이 설치돼 있고, 사람들도 보이는 흰 점들이 해변과 바다에서 식별된다. / 구글어스, 이미지 제작 – 정성학

 

  • 그러고 보니 청진 청년공원 일대가 관광 또는 휴양지로 바뀌는 듯한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정성학] 그렇습니다. 청진시 유원지 공원 조성에 관한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고, 최근 평안남도 양덕 온천휴양지 증축 등과 연계했을 때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닌가란 생각도 해봅니다. 또 북중 국경 개방과 함께 청진시도 해수욕장을 끼고 관광지를 개발한다는 의도로 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청진청년공원의 경우 승마 주로가 생기고, 도시 정비를 이유로 공원이 줄어든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번 유원지 확장 공사도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일반 주민들을 위한 것인지도 되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 오늘은 최근 청진청년공원을 중심으로 유원지 확장 공사 현황과 의도 등을 분석해 봤습니다. ‘줌 인 북한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박정우, 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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