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교착 국면 틈타 도발행위 벌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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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북한 핵문제 진전에 대한 회의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적 행동을 벌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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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쟁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남한의 Nike 미사일 (왼쪽), 미국의 hawk 미사일 (가운데), 그리고 북한의 SCUD 미사일 - AFP PHOTO/CHOI JAE-KU

북한 핵문제의 현 단계는 교착 국면이라는 것이 대부분 미국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북한 핵신고 문제를 놓고 미북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세모어 (Gary Samore)미 외교협회(CFR) 부회장: "북한은 비밀스런 농축 우라늄 활동이나 시리아에 대한 핵수출 활동을 공개할 준비가 안돼 완전한 신고를 하지 않기로 작정한 것 같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핵신고서에 담기지 않으면 힐 차관보도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빼달라고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북핵 문제는 교착국면에 빠져들었다. 북한은 차기 미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바로 이같은 교착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힐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을 순방했지만 미국정가의 관측통들은 힐 차관보의 방문을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착 상황을 불러온 핵신고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해 11월 신고를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플루토늄의 정확한 양, 비밀스런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실태, 그리고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한 구체적 해명이 핵신고서에 담겨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미 의회조사국 닉시 박사는 북한의 핵신고 초안에는 농축 우라늄 실태와 시리아와의 핵협력 대목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소식통으로부터 전해들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처럼 미북 양측이 각자 입장을 고수하며 교착 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북한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 "북한이 교착국면을 틈타 도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늘 있다고 본다.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얻지 못하면 핵활동을 재개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려 할 것이다”

미 외교협회 세모어 부회장도 북한이 교착 국면을 악용해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폭탄 원료인 플루토늄을 더 얻으려할지 모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계속 중유를 공급받고, 남한 등으로부터 경제협력을 얻어낸다면 도발행동을 자제한 채 현재의 교착국면에 크게 개의치는 않을 것으로 세모어 부회장은 전망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핵문제가 교착국면에 빠졌지만 임기말의 부시 행정부도 애를 태우는 분위긴 아닙니다. 6자회담의 동력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외교의 우선순위가 바뀐 게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세모어 부회장: "부시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중동순방에 나서 이라크 안정과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등 올해는 중동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북한이 말썽만 피우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면서 한해를 보낼 것 같다”

세모어 부회장은 그러나 북한이 핵활동 재개처럼 도발 행동에 나선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을 중단하고, 남한의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대북 경협사업에 대한 중단을 권장하는 등 대북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미국은 대북 상호주의를 채택한 이명박 남한 정부, 그리고 일본인 납치문제로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후쿠다 일본 정부와 강력한 공조를 펼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