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한의 핵관련 활동 징후 이어질 것”

북한이 최근 동해상에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데 이어,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징후가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남한 정부는 4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일부 핵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수순까지 밟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반기문 남한 외교통상부 장관은 4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 상당히 우려할 만한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 장관은 또 6자회담의 전망이 밝지 않다면서, 남한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 언론은 그동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았던 남한 정부의 공식입장과 비교할 때, 반장관의 이날 발언은 상당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조세프 시린시오니 (Joseph Cirincione) 핵 비확산 국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앞으로도 북한의 핵 활동과 관련한 다른 징후들이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Joseph Cirincione: I would expect we would see other signs of nuclear related activities.

예를 들어 영변 핵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실어 나르는 것으로 의심되는 트럭들이 포착될 수도 있고, 북한 측이 플루토늄을 추가로 재처리했다는 성명을 발표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주 말 북한이 군사적으로는 전혀 의미가 없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도 북한 핵문제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일련의 행위들이라고 시린시오니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Joseph Cirincione: I personally doubt we're going to see a nuclear test from North Korea any time soon.

핵실험은 북한이 핵문제의 위기감을 고조시킬 때 제일 마지막에 쓸 수 있는 선택지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만약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중국도 더 이상 북한을 두둔해줄 수 없게 된다는 게 시린시오니 국장의 설명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는 북한 핵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수밖에 없고,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도 끊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감안할 때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예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이라고 시린시오니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소인 위스콘신 핵 군비통제 계획 (Wisconsin Project on Nuclear Arms Control)의 개리 밀홀린 (Gary Milhollin) 소장도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을 난처한 입장에 몰아넣으면서 대북 압박을 원하는 미국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밀홀린 소장은 따라서 북한이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 핵실험은 자기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았습니다.

Gary Milhollin: If the North Koreans figure that out, I think they might conclude that a test is not going to help them.

밀홀린 소장은 그러나 만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그동안 미국 외교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무조건 반길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시린시오니 국장도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더라도 북한을 너무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체면을 차리면서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북한 핵 위기를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