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제적인 핵 능력 Q/A

워싱턴-허형석 huhh@rfa.org
2010.04.29
북한의 핵 능력에 관한 몇몇 평가가 나와 관심을 끕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9일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북한의 정확한 핵 능력에 관한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관한 사항은 워낙 기밀 중의 기밀이라 정황적인 증거로만 추정될 뿐입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의 실제적인 핵 능력에 관한 논란을 촉발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부터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클린턴 장관은 9일 미국 켄터키 주의 루이빌 대학에서 핵 비확산을 주제로 연설하면서 “북한이 1-6기의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이렇게 추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발언은 클린턴 장관이 미국 국무장관이라는 직책을 갖고 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엔 어려운 여운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추정은 미국 행정부가 현재 북한의 핵무기 능력에 관해서 생각하는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해석됩니다. 클린턴 장관이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라는 점에서 이 발언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클린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기 이전에도 북한의 핵 능력에 관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다른 곳에서 나온 내용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한국 통일연구원의 전성훈 박사는 북한의 핵무기를 이보다 많게 추산했습니다. 전 박사는 올해 초 발간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전략적 협력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적게는 5개, 많게는 23개에 이른다고 봤습니다. 북한이 작년말에 보유한 플루토늄의 양은 32.5-58.5 킬로그램으로 보고 북한의 핵 능력을 초급기술 수준과 중급기술 수준으로 나눠 핵탄두의 수를 제시했습니다. 전 박사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초급 수준일 경우 핵탄두 수를 5-15개로, 인도와 파키스탄 수준의 중급 수준일 경우 9-23개로 추산했습니다.

앵커: 미국의 핵 연구기관인 하버드대 산하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가 내놓은 추계도 있습니다. 이 기관에서는 북한 핵무기를 어떻게 추산했습니까?

기자: 이 연구소의 그레이엄 앨리슨 소장은 7일 내놓은 자료에서 “핵폭탄 1개를 제조하는 데에 8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이 들어간다”면서 “북한은 8-10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또 앨리슨 소장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북한은 9년 안에 핵탄두 14-18개를 보유하게 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추산치는 미국 행정부가 아닌 민간 단체의 다른 견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는 있습니다.

앵커: 이외에도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한 주요 발언이 있나요?

기자: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이 있습니다. 유 장관은 작년 9월 18일 대한상공 회의소 강연에서 “북한은 현재 플루토늄 40여 킬로그램을 추출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1개 핵무기를 만드는 데 6-7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핵무기 6-8개를 개발할 수가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이런 발언도 한국 정부에 있는 고위 관료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무게를 둘 수가 있습니다.

앵커: 북한의 정확한 핵 능력에 관해서 이렇게 다양한 추정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많은 견해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아무래도 핵무기의 개발이 어느 나라나 극비 중의 극비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나 연구 단체는 북한의 실제 핵 능력에 관해서는 정황적인 증거를 갖고서 추정할 뿐입니다. 더구나 북한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 (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탈퇴한 상황이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북한의 실제적인 핵 능력을 정확히 알기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수준은 어디까지 왔다고 관측됩니까?

기자: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은 이를 낮게 평가합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1945년 8월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떨어진 정도의 원초적인 수준에 있다고 봅니다. 현재는 핵무기를 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해서 쏘는 추세입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 위원은 북한이 수 톤짜리 핵무기를 미사일에 올리는 기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실험하는 이유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은 21일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재차 강조하면서 핵 군축을 언급해 주목됩니다. 이처럼 핵 보유국의 지위를 강조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북한이 클린턴 장관의 발언에 고무돼 더 공세적으로 나와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아야만 미국과 하는 북핵 협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은 제1차 핵실험을 한 이후에 핵 보유국과 핵 군축을 언급해 21일 나온 핵 보유국 발언이 크게 의미를 갖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측면도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 외무성의 비망록에 대한 미국은 반응은 무엇입니까?

기자: 미국 행정부는 21일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백악관의 게리 세이모어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정책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 담당 차관보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행정부는 지금까지 이 같은 정책을 견지해 왔습니다.

앵커: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여러 차례나 기정사실화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런 발언에 맞춰 북한이 예고 없이 붕괴할 때를 대비한 조치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까?

기자: 월터 샤프 주한 미군 사령관은 3월 11일 미군이 북한의 WMD를 제거하는 합동 부대를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키스 스탤더 미국 태평양 해병대 사령관은 2월 17일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국 해병대의 주임무는 유사시 북한 핵을 제거하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발언은 미국이 북한의 핵에 관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징후로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한의 실제 핵 능력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