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에 멍드는 남한의 북한그림 시장

최근 몇 년간 남한의 미술품 애호가들 사이에서 북한 유명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졌지만, 위작품들의 유입이 늘면서 북한 그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의 전통문화 상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서울의 문화거리 인사동.

인사동은 서양 그림과 동양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 화랑이 많은 것도 특색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남북한간 문화교류가 잦아짐에 따라 인사동의 화랑에서는 북한 그림 전시회도 자주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16일부터 북한 그림 전시회를 열고 있는 인사동의 한 화랑에는 북한의 자연을 담은 동양화, 북한말로 조선화 120여 점이 화랑 두개 층에 걸쳐 빼곡히 걸려 있습니다. 북한 그림을 접한 시민들은 남한 화가들의 그림과는 다른 작품세계를 느낍니다.

시민 1: 딱딱한것 같아요. 정형화 돼있어 보이죠... 우리 그림을 많이 봐와서 별로 친밀감이 안들어요. 자연적인 것보다는 인위적인 부분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어요. 기법이라든지 화법이라든지 천편일률적이에요. 시민 2: 북한에서는 규제된 것에 그림을 한다고 하면 사실적인 것을 그리게 되는 거고, 우리나라 작가들은 예술성과 모든 것이 더 자유로운 곳에서. 남한에서는 상상력 포함... 딱 규제된 상황에서 작가활동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그림들은 이처럼 아직은 일반 시민들에게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소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2년 반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북한 그림을 판매해온 인터넷 경매사이트 포털 아트는 지금까지 북한 그림이 1만 점이 넘게 팔렸다고 밝혔습니다. 포털아트의 김범춘 대표의 말입니다.

한해 100명이 됐는데, 지난 1년 동안 만 명이 됐고, 북한 그림이 1만점이 팔렸습니다.

남한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 전부터 미술품 소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북한 그림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화랑협회 정종효 사무국장은 말합니다.

정종효: 최근 2-3년에 들어 다시 서서히 살아나고 있고 미술 시장이 상당히 성장했어요. 또 2007년에 들어서 다시 옥션 아트 캐어 등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2006년도에 3000억 정도 거래량이었던 게, 2007년에는 5000억 정도 거래량을 보였다.

남한에서 북한 그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에 가짜 북한 그림들이 유입되면서 진품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북한 유명화가들의 위작품들로 인해 진품에 대한 수요마저 차츰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북한 그림 유통업 종사자는 말합니다.

북한 그림 판매업자: 가짠지 뭔지 모르고 시작해서 가짜 사건이 많이 나다 보니까...시장이 살아나가다 요즘은 죽었다고 보면 되요, 작년 재작년 살아나다가, 작년부터 죽었어요...

하지만, 문제는 북한 유명 화가들의 위작품들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통로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포털 아트 김범춘 대표입니다.

포털 아트: 북한 상점에서 호텔에서도 팔고, 이것들이 진짠지 가짠지 어떻게 알아요. NGO단체 에서도 팔고,,,, 위법 이지만, 어떻게 일일이 적발 합니까? 통일부 승인 받았으면 합법, 아니면 불법. 그런데 통일부가 이걸 하는 이유는 (진품 가품 확인이 아니라..) 그림이 북한을 찬양 했으면 불법, 아니면 합법이에요.

게다가 북한 유명 화가들의 위작품 여부를 가릴 전문 감정인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림의 진위 여부를 감정하는 권한을 가진 화랑협회 정종효 사무국장의 설명입니다.

정종효: 북한 그림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감정해 왔던 분이 많이 안계시고 최근 북한에서 제작된 부분이라면...북한 작품을 진품으로 확인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진품 이냐 가품이냐 결정하기가 힘든 실정에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들어 위작품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북한 유명화가들의 그림들이 남한의 미술품 애호가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남북간 문화 교류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지적입니다. 남한에서 북한 그림 전시회를 자주 주최하고 있는 불교협회 신창수 상임이사의 말입니다.

다른 것 없고 모든 문화 교류가 더 원만해 져야 해요. 한시적으로 미술품을 접하게 되거든요. 남한은 체제가 얼마든지 개방돼 있으니까, 진품인게 증명돼서 보증서라도 있으면 되죠. 폐쇄돼 있으니까 누가 어떻게 가져오는지 알 수가 없죠. 모든 게 개방되면 됩니다. 교류가 많이 되면 시각도 달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