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설비 활용에 한계 있어”
2006.06.02
북한 경수로 사업이 공식 종료됨에 따라, 남한에서는 이 사업에 들어간 막대한 비용을 놓고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원자로와 기자재를 재활용할 권리를 확보했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케도(KEDO), 즉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는 지난달 31일 북한 경수로 사업을 공식적으로 종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남한과 미국 등이 핵발전소를 지어주기로 한 사업이 10년 6개월만에 성과없이 끝난 겁니다. 경수로 사업은 지난 2002년 북한이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진척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경수로 건설사업에 들어간 돈은 모두 15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70%를 남한이 냈고, 나머지는 일본과 유럽연합이 부담했습니다. 남한 입장에서는 11억 달러가 넘는 돈을 날리게 된 셈입니다. 여기에 2억 달러의 사업 청산비용도 남한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 청산비용의 대부분은 경수로 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피해를 입게 될 공사참여 업체들에게 주어야 할 보상금입니다.
자연히 남한측이 너무 많은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남한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청산비용을 내는 대신 경수로 건설에 쓰려고 했던 1백 MW급 원자로 두 기와 기자재 등을 넘겨받기로 했기 때문에 크게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자로와 기자재를 남한이나 해외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재활용하거나 북한에 새 경수로를 지을 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핵전문가 찰스 퍼거슨 (Charles Ferguson) 박사는 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건설 중인 다른 발전소의 설계와 맞지 않으면 원자로를 재활용하기가 곤란하다고 지적합니다.
Ferguson: One hurdle is making sure that the equipment is appropriate for the other nuclear plant being built.
특히 현재 남한은 원자로 규모를 대형화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1백 MW급 원자로를 활용할 곳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남한내에서 재활용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외에 수출하거나 앞으로 북한에서 다른 새 경수로를 짓게 될 경우에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는 있을 것이라고 퍼거슨 박사는 말합니다.
그러나 원자로를 해외로 판매할 경우에는 수입국이 어디냐에 따라 수출통제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방법도 쉽지는 않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또, 작년 9월 북핵 6자회담 후 합의된 북한의 핵 포기시 새 경수로 건설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실제 건설로 이어지게 된다손 치더라도 새 설비가 어느 세월에 세워질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 방법에 의한 원자로 재활용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퍼거슨 박사는 일단 제작된 원자로는 늦어도 몇 년 안에 가동하지 않으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김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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