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곤란을 겪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 은행에 5100만 달러를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언론은 미국 민간단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 은행을 통해 금융 거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의 일간 경제전문지인 코메르산트 신문은 29일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피터 벡 동북아 사무소장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와 북한 간 금융거래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면서 러시아는 북한에 열려있는 마지막 금융 피난처임을 시사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이 해외에서 러시아 기업을 이용해 자금을 거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북한이 올해 1월 초 현재, 러시아 대외경제은행의 평양 지점 계좌 두곳에 5100만 달러를 보관하고 있었다면서 지난달에도 이 은행 계좌를 통해 북한 자금 500만 달러가 거래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피터 벡 사무소장은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미국이 조만간 러시아에 적절한 압력을 행사할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피터 벡 사무소장은 북한의 외국계 합작 금융기관인 대동신용은행의 나이젤 코위 은행장이 미국의 금융제재에 따라 이제 유일하게 남은 북한의 금융창구는 러시아 뿐 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미국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차관은 29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금융제재에 각 국 은행이 잇따라 동참하면서 북한이 금융적으로 거의 완전한 고립상태에 빠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이 불법자금 돈세탁 창구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의 북한계좌를 동결한 이후 베트남과 중국, 싱가포르, 홍콩, 몽골 등의 자발적 협조로 세계 각국에서 북한과의 거래를 끊는 현상이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다음달 4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북한의 불법금융 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미국의 마이클 머린 베트남 주재 대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에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라면서 북한 은행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