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제기구-NGO 선별적 잔류 희망

북한은 대북 인도주의 원조 활동에 참여하는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들에 대해 선별적으로 잔류를 허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에 상주하는 국제 구호기관들의 표정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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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도주의업무 조정국의 스테파니 번커(Stephanie Bunker) - AFP

제네바를 방문 중인 얀 에겔란드 유엔 인도주의업무담당 사무차장은 28일 유엔 유럽본부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자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기구와 비정부 기구들의 연내 철수를 요구한 사실과 관련해, 북한 정부가 유엔인도주의업무 조정국 즉 OCHA와 몇몇 비정부 기구들의 평양 사무소는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북한측이 원조가 ‘긴급 구호’에서 ‘개발 지원’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원칙하에 인도주의 업무에 관여하는 다른 유엔기구들에 대해서는 개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잔류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인도주의업무 조정국의 스테파니 번커(Stephanie Bunker) 대변인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엔인도주의업무 조정국은 올해 말까지 북한측 요구에 따라 북한에 상주해온 외국인 직원 1명을 철수시키고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세계식량계획이나 세계보건기구 그리고 유엔아동기금등 다른 유엔 기구들은 개발 지원으로 전환할 경우 북한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Stephanie Bunker: we're prepare to leave now, but the other UN could stay on if they engage in development activities.

번커 대변인은 개발 지원을 원하는 북한측의 요구와 관련해 유엔인도주의업무 조정국은 현재 북한처럼 유엔의 지원을 받고 있는 모든 나라가 언젠가는 더 이상 인도주의적 긴급 구호 활동이 필요 없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분명 북한에는 아직도 외부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유엔인도주의업무 조정국의 입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활동하는 유엔 기구는 유엔인도주의업무 조정국을 비롯해 세계식량계획과 세계보건기구, 그리고 유엔아동기금, 유엔개발계획, 그리고 유엔 식량농업기구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유엔의 대북 식량 지원 창구인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의 갑작스런 개발지원 요구에 가장 당혹해 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측이 오는 11월 30일까지 식량 지원과 식량배급감시 활동을 종결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오는 11월 중순까지 현지의 19개 영양식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세계식량계획은 현재 북한에서 활동하는 60명의 감시 요원 등 외국인 인력들을 15명 선으로 줄이라는 요구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식량계획의 제라드 버크 (Gerald Bourke)대변인은 지난 23일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당국은 세계식량계획에 대해 매우 유익한 동반자라며 현재 활동을 개발 지원 중심으로 전환해 앞으로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Gerald Bourke: they have told us that WFP is very valuable partner of the NK government they want the relationship to continue.

버크 대변인은 문제는 개발 지원으로는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취약 계층들은 도울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개발 지원으로 전환할 경우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지 여부도 현재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에서 보건 환경 개선 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는 이번 북한측의 요구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주영애 공보관은 29일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평양에 상주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 직원 1명은 계속 잔류할 예정이라면서 북한측으로부터 아무런 요구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주 공보관은 세계보건기구는 보건 활동만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개발지원을 원하는 북한측의 요구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측은 국제적십자사연맹 즉 IFRC에 대해서도 개발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계속 활동할 것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국제적십자사연맹의 히로토 오야마 남아시아 지역 담당관은 국제적십자사연맹은 대북 인도주의적 긴급 구호 활동을 지속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29일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은 아직도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이 필요한 나라라고 지적하고 연맹은 북한당국과 이 문제를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몇몇 국제비정부기구들에게도 이미 개발 지원으로의 전환과 북한 직원들에게 업무 인계를 요구하며 올해 말까지 모든 외국인 직원들을 철수해 달라고 통보했습니다.

북한당국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외신들은 북한은 남한과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식량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분배 감시가 까다로운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들의 활동이 못마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