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최근 새로운 마약단속법을 제정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진 못할 것이란 반응입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마약범죄방지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인 시행령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국가사회제도의 안정과 인민의 생명건강을 해치는 위법행위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법 채택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기존의 북한 형법은 마약 밀수 및 거래죄(208조), 그리고 불법아편재배마약제조죄(206조) 등 항목을 두고 적발시 최고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미 강력한 법이 있는데도 새로운 법을 또 제정한 것은 북한 내 마약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반영한다는 관측입니다.
한국의 탈북민 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서 마약은 배고픔을 잊게 해줄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을 치료해 주는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되면서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는 상태라 아무리 강한 법을 만들어도 마약근절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광일 대표: 국경경비대원들은, 그 마약이 각성제다 보니까 잠이 안 오잖아요. 보초 설 때도 그거 하고 나가고. 그렇게 됐어요. 만연해졌어요. 주민들 대부분한테는 이게 만병통치약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이 법은) 효과가 없어요. 지방에서는 다 (마약을)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쾌락(위안)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한국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0' 은 북한의 대표적 마약인 '빙두'라 불리는 필로폰이 항생제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북한 주민의 70~80%가 질병에 사용하고 있으며, 나이든 사람들은 아플 때 쓰려고 빙두를 조금씩 소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백서는 양강도 혜산시에서 거주하다 2018년 탈북한 50대 여성을 인용해 빙두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총살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공개처형보다는 주로 비공개처형으로 진행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워싱턴의 민간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90년대에는 5% 가량이 마약 경험이 있다고 밝혔지만 2015년에는 30%가 넘는 탈북자가 빙두를 접촉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북한 당국은 이 마약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가령 보건안보와 관련된 사안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법 하나 제정했다고해서 이 심각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재해와 대북제재, 그리고 코로나19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 주민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개선 없이는 그 어떤 법도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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