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1억 천주교 신자들의 지도자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2일 서거하자 전 세계는 애도의 물결로 넘쳐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로마 교황청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중국과 북한도 교황의 서거를 애도하며 조의를 표했습니다.
중국 정부와 인민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에 조의를 표시한다고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3일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천주교 조직인 중국 천주교 애국회와 천주교 주교단도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 조전을 보냈습니다. 조전은 중국 내 5백만 명의 성직자와 신도를 대신해 교황의 서거는 세계 교회에 큰 손실이라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또 베이징에서 가장 큰 천주교 성당인 남부 성당에서는 4일 300여명의 신자들이 모여 교황 의 서거를 추도하는 미사가 거행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뉴욕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신문 등은 교황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에서도 교황의 서거를 애도하는 물결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 1951년 교황청이 대만과 수교하고 있고 공산주의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교황청과 단교한 바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에서는 현재 정부가 인정한 교회와 단체만이 종교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당나라 때인 서기 635년에 경교가 전래되는 등 천주교의 유서가 매우 깊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5000여명의 외국인 선교사를 추방하고, 곧이어 교황청과 단교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에는 1천 2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천주교 신자들이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바티칸 교황청의 권위를 따르는 지하 교회들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중국 대륙에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난 1999년 홍콩 방문을 희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중국 정부는 대만과의 단교 선행을 요구해 방문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중국과 함께 교황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 가운데 북한 천주교 협회 중앙 위원회 장재언 위원장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에 애도하는 조전을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 보냈다고 북한 관영 통신이 4일 보도했습니다.
생전에 남한을 두 차례나 방문했던 교황은 남북 분단 문제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0년 가톨릭 신자인 남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교황의 북한 방문을 제의했습니다. 당시 교황은 그렇게 된다면 하느님의 기적일 것이라며 곤경에 빠진 북한 주민을 도우려는 김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화답한 바 있습니다.
그해 6월 평양을 방문했던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도 교황의 방북을 주선했으며 김 위원장이 이를 수락하는 등 교황의 방북 논의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그러나 교황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북한의 천주교 교회 인정과 천주교 신부의 입북 허용 등에 대해 북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교황의 방북은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