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책 선전 위해 노래까지 불러야 하는 북 강연강사들
2023.02.28
앵커: 북한 각 지역의 주민강연 강사들이 주요 공장 기업소를 돌며 당정책 선전에 내몰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밤늦게까지 강연 준비를 해야하고 노동자에게 줄 지원물자까지 준비해야 해 강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단천시의 한 기업소 간부 소식통은 26일 “시당위원회가 강연강사들로 집중강연선전대를 조직해 시내 주요 공장 기업소들을 돌며 당정책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화선식(작업현장을 찾아가는) 강연선전을 힘있게 벌일 데 대한 노동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1월 말 시당위원회가 시내 강연강사들 중에서 화술이 좋고 노래를 잘하는 강사들을 선발해 집중강연선전대를 조직했다”며 “집중강연선전대는 7명의 강사와 손풍금수(아코디언 연주자)로 꾸려졌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집중강연선전대는 시당위원회 선전부의 지시를 받는다”며 “선전부가 이들이 현장 선전에 이용할 김정은의 위대성 사진과 직관물(발표자료) 등을 준비해주었으며 전문가들을 붙여 이들이 부를 노래와 화술지도까지 해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준비를 마친 집중강연선전대가 시내 각 공장, 기업소와 광산, 협동농장을 돌며 8기 6차 당전원회의 결정관철을 호소하는 강연선전을 벌이고 있다”며 “집중강연선전은 이전처럼 회의실에서 강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현장을 찾아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춰 근로자들을 고무격려하면서 사이사이에 당정책 선전을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시 당국이 강연강사들에게 한 달분 식량으로 강냉이 배급을 주고는 매일 연속 체제선전에 내몰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 각 지역에는 시·군당위원회 선전부의 신원확인과 당생활 평정(평가)을 거쳐 선발된 공로자강연강사와 직외강연강사가 있습니다. 공로자강연강사는 은퇴한 간부나 혁신자 중에서 선발되며 직외강연강사는 공장, 기업소에 간부 직책을 가지고 있는 강사를 말합니다.
선발된 강연 강사들은 선전부의 지시에 따라 각 지역 기관, 공장, 기업소에서 진행되는 강연회에 강사로 출연합니다. 중앙당이 전국에 통일적으로 하달하는 강연제강(자료)과 지시에 따라 실시되는 강연회에는 모든 주민들이 참가해야 하며 매월 지역에 따라 2~4회 진행됩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7일 “청진시에서도 10명의 강연강사로 구성된 집중강연선전대가 시내 공장, 기업소를 돌며 당정책 선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강연을 잘하는 우리 기업소 강연강사도 집중강연선전대에 배속되었다”며 “시당선전부가 그잘난 강냉이 배급을 좀 주었다고 강사들을 매일 강연선전에 내몰고 있어 강사들속에서 의견(항의·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강사들이 하루 3~4개 공장과 농촌을 돌고 와서도 다음 날 출연할 강연 준비와 노래, 시를 (강연 대상에 맞춰) 연습하느라 저녁 늦게 집에 퇴근하고 있다”며 “선전부가 집중강연선전대에 속한 강연강사들에게 현장 노동자들에게 줄 지원물자까지 내라고 해 강사들속에서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난주 강철공장에 가면서 선전부가 매 강사들에게 현장 노동자들에게 줄 장갑(집에서 자체로 만든 작업용 장갑) 3켤레와 점심밥 1인분을 준비하라고 하자 강사들속에서 노골적인 불만이 쏟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노동당은 김정은 위대성 선전과 당정책 선전을 중요하게 보지만 주민들은 우선 먹고사는 문제, 돈 버는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며 “이것을 모르는 노동당은 물우(위)에 뜬 기름과 같이 주민들이 싫어하는 당정책 선전만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