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희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한 듯 공개적인 인권유린행위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의 케이 석 (Kay Seok) 연구원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제 3국에서 만나본 탈북자들로부터 들은 북한 내 인권상황과 식량 상황에 대해 전했습니다.
케이 석 연구원은 최근 제 3국에 숨어 지내고 있는 탈북자 10여 명을 만나 북한 사정을 듣고 왔습니다. 이들은 최근 6개월 이내에 탈북한 사람들입니다. 석 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지금도 여전히 탈북을 막기 위해 경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탈북을 시도하다 잡힌 주민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탈북시도 등을 이유로 노동 교화소 등에 수감돼 있는 주민들에 대한 처우가 예전에 비해 좀 나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석 연구원입니다.
케이 석: 실제로 감옥에 가는 기간은 더 길어진 것 같은데 지난 한 몇 년 사이에 노동 교화소 같은 데 갔다 온 분 들 얘기로는, 수형자들에 대한 대우가 조금 나아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욕을 한다거나 때린다거나 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수형자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된 배경입니다. 석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케이 석: 국제사회에서 계속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거론하고, 비판하고 특히 교화소나 관리소 내에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많이 비판을 하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도 좀 조심을 하는 것 같아. 그런 이유 때문에 공개 처형도 많이 없어졌고. 물론 처형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다만 조용히 남이 보지 않는데서 사형을 집행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눈에 보이게 아주 노골적으로 하는 인권침해는 자제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케이 석 연구원은 그러나 일부 탈북자들이 전한 얘기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실제 국제사회의 비판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석 연구원은 요즘 또다시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북한의 식량사정도 전했습니다.
케이 석: 식량 사정에 지난해보다 딱히 더 나쁘거나 좋다거나 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표면적으로. 왜냐면 식량수급사정을 잘 알 수 있는 것이 장마당에서의 쌀 가격입니다. 사실은 지금 북한에서 쌀이 굉장히 부족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장마당에서의 쌀 가격이 그렇게 올라가거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매년 4월 5월 6월은 전년 가을 추수한 곡식이 떨어지는 춘궁기로 장마당에서 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시깁니다. 그러나 대북지원단체 등에 따르면 북한의 쌀 가격은 크게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석 연구원은 북한에서도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의 영향을 받아, 쌀 등 식량을 공급하는 중간상인들이 많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간상인들은 식량을 사재기 해 뒀다 춘궁기에 비싼 값에 팔아 이익을 남깁니다.
그런데, 6자회담의 진전 상황과 남한의 쌀 지원 소식을 듣고 외부에서 쌀이 들어와 쌀값이 떨어질까봐 많은 중간상인들이 지난 2월부터 쌀을 장마당에 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석 연구원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쌀값이 많이 올라가야 하는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