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 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기자]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1년 전 숨질 당시 정황이 구체적으로 공개됐습니다.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는 주치의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열차를 타고 '현지지도'를 떠났다가 달리는 열차 안에서 숨진 점을 북한 당국은 꾸준히 선전해왔는데요. 중증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돼 사망했다고 의학 결론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안경수]북한에서 가장 최근에 출간된 12월 호 잡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추모 성격 글이 발표됐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2021년 12월에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지방을 방문하고, 열차에서 사망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시간대까지 이야기하는 건 조금 이례적이긴 합니다. 각색됐다는 건 아니지만, 이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강 정보는 최고 극비사항이기 때문인데요. 매체에서 상황에 관해 서술하고 발표했다는 점 자체로 의미는 있겠지만, 이게 사실이라고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994년에 김일성 주석이 숨질 때 뇌출혈로 숨졌다는 말이 있긴 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정보당국이 분석했을 때 심혈관 질환이 있지 않을까 계속 분석했습니다. 말년에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마비 증상도 실제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미 2011년 12월 당시, 김정일 위원장 사인에 대해 급성심근경색 혹은 급성 쇼크로 추정하긴 했습니다. 그 당시 추정이었고,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자세히 한 적은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자세히 말한다고 해도 북한 정권의 성격상 정확한 사실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그 당시 심혈관 관계 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투병 중이었다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정황, 사망 당시 정황이 열차 안이었는지, 갑자기 쓰러졌는지 등의 상황은 알 수 없습니다. 북한 매체에서 발표하는 내용은 그 자체로 극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민을 위해 현지지도를 가고 업무를 계속 병행하다가 안타깝게 사망했다’는 극적인 내용 요소가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극적인 내용은 사회주의 혹은 독재 국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죠. 저는 이번에 나온 매체의 내용에 대해서는 ‘인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정도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해석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만약 사실이라면, 심장질환은 유전이 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김씨 일가가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심장질환이 있다면 과체중, 혹은 비만은 치명적이지 않나요?
[안경수] 유전은 부계, 모계, 그리고 선대 증조부 고조부까지 띄엄띄엄 발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순으로 유전이 내려온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는 조금 힘듭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현재 어떤 질환, 심혈관 관계 질환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근데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고 의학자들이 보고 있는 건, 과체중과 비만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높은 수준의 건강관리 체계가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백두산 줄기'라 불리는 최고 지도자와 가족, 최고 지도부 정도까지 최고 수준의 건강관리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아직 30대이기 때문에 지금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내 심장질환은 어떤지도 궁금해집니다. 얼마나 흔한 질병일까요?
[안경수] 외부에서 볼 때 북한의 모자보건, 어린이 혹은 영유아 결핵, 감염병, 장티푸스 등의 문제가 많이 논의되어 왔고 심각하다고 인식돼 왔는데요. 통계적으로 가장 비율이 높은 질환,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1위는 뇌졸중입니다. 이어 허혈성심장질환,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폐암, 교통사고, 위암, 하기도 감염, 고혈압 심장질환, 알츠하이머(치매) 등으로 이어지는데요. 북한의 사망원인 통계 자체도 북한에서 통계를 받아 국제기구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볼 수 없지만, 경향성으로만 봐도 뇌졸중, 허혈성심질환, 고혈압, 심장질환이 사망원인 순위에 높게 있기 때문에 심혈관, 심장 쪽 질환이 북한에서 사망원인이 높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사망 원인 순위를 볼 때, 사실 한국의 사망원인과 비교해 봐야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암이 사망원인의 가장 위쪽에 있습니다. 근데 북한은 이런 암 관련 진단 혹은 체계가 발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암에 의한 사망원인 순위가 불명확합니다. 북한도 뇌졸중부터 시작해서 심혈관 질환, 암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공개한 '2022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북한 내 말라리아 발병 건수는 지난해 발병 건수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건데, 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안경수] WHO가 공개한 '2022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를 살펴보면, 북한은 2020년 말라리아 발병 건수가 1천819명이었다가 2021년 2천357명으로 증가했습니다. 2010년부터 통계를 쭉 살펴보면 1만 3천 명 대에서 2만 명 대를 살짝 넘었다가 2013년부터는 계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지금 2020년과 비교해 2021년에 20% 정도 증가한 건데요. 북한 측이 보고하는 자료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잘 알 수 없습니다.
[기자] 북한 내에서 결핵, 말라리아 등 '후진국형 질병'이 여전히 문제가 되는 듯 보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북한의 의료시스템 과부화, 그리고 국경 봉쇄로 보건, 의료 지원 활동과 관련 물품 지원 등의 차질이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고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경수]코로나 만 3년 차로 (봉쇄로) 인해 보건의료 지원활동, 외부적인 활동의 차질은 매우 큽니다. 특히 결핵 혹은 말라리아의 경우 국제기구에서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큰 변수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다만 앞서 말씀드린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선진국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치매 사망률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어요. 암 사망률도 제대로 보고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순위상 암이 위에 없지만, 실제 정확하게 통계를 내보면 대한민국과 비슷하게 암, 심장질환, 폐 질환 순으로 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 측에서 이런 암과 관련해 통계를 국제기구에 잘 보고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부분은 조금 어려울 듯합니다. 암은 진단 기술, 영상 과학기술 등이 가미돼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핵은 심각하긴 합니다. 영양상태가 안 좋은 상태에서 걸리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공식적인 (진단을 받고) 결핵 격리 체계로 들어가는 게 아닌, 집에서 누워있는 등 자가 치료를 하니 그런 측면에서 통계가 잘 안 나오고, 시장에서 약을 사 먹고, 그 사람들이 건강하게 돌아오기도 쉽지 않고. 그런 측면에서 문제는 되는데….
북한 역시 선진국형 질병 부담으로 이미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치매가 빨리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북한이 고령화되고 있잖아요. 고령화되고 있다는 의미는 국가의 보건의료 체계가 나빠지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도 되거든요. 평균수명도 늘어가고 있고, 실제로 북한은 세계 평균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